2005 신명나는 마당놀이 ‘능소전’이 막을 내렸다. 흥타령 축제기간동안 부대행사로 마련된 능소전은 원래 천안삼거리 흥타령을 탄생시킨 주인격. 하지만 춤 페스티벌에 밀려 흥을 잃은지 오래, 다만 맥을 잇고 있다. 올해도 찬밥 신세는 여전했다. 아라리오 광장에 마련된 지난 1일(토) 능소전은 비가 재를 뿌렸다. 3일(월)은 삼거리공원 무대에서 제법 큰 관객 앞에 섰으나 시간이 재를 뿌렸다. 진행시간에 쫓겨 제대로 된 ‘대사발’도 못날리고 서두른 공연, 그래도 결국 결말을 못 짓고 무대에서 쫓겨나듯 내려왔다. 진행자가 결말부분을 ‘말’로 풀었다. 시민의 세금 4000만원을 들인 공이 처참하게 무너졌다. “고생 고생해서 준비했는데 이런 푸대접이 어딨습니까. 화가 치밀어 죽는줄 알았습니다”하는 한 관계자의 말이 사나흘 흘렀는데 아직도 시퍼렇다. 다행히 흥타령이 끝난 지난 5일(수) 오후 7시 시민문화회관 대강당의 마지막 능소전은 500명 가까이 찾아든 관객 앞에서 신명나게 펼쳐졌다. 그동안 분풀이를 다 토해내듯 배우들의 열정이 가득하다. 웃고 박수치고, 청량감 가득관객들은 세 분류로 나눠졌다. 노인분들, 가족단위, 연인들로 구분돼 자리를 메웠다. 25명이 출연한 가운데 절반은 서울 대학로 배우들. 연출가에서부터 능소, 박현수 등 주인격은 대학로 배우들이 차지했다. 물론 예술감독이나 맛깔스런 주모, 옥향역 등 천안팀도 만만찮은 역할을 과시, 앞서거니 뒤서거니 열연을 펼쳤다. 줄거리는 원작에 충실했으되, 올해는 작년의 진중함을 벗어나 뮤지컬적 요소를 가미했다. 특히 관객을 웃음바다로 만든 해학적 요소는 곳곳에서 배어나왔다. “쟈가 갸유”나 기생들이 한꺼번에 삐진 소리를 낸 “흥”, “나으린 늙어서 좋으시겠수”란 대목에서는 웃음이 까르르 쏟아졌다. 공연 처음 관객들이 무대에 올라 고사상에 참여한다든가, 능소와 박현수 해후에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박수가 나온 것은 배우와 관객이 일체감을 느낄 수 있었던 일. 게다가 현대판 뮤지컬에 민요와 랩이 어울린 것도 신선한 느낌을 던져줬다. “재밌네”, “우리보다 아이들이 왔으면 더 좋았을 뻔했어”, “모처럼 공연을 보니 좋네” 등 공연 후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두런거림은 대부분 좋았다는 반응. 부족한 2%웃고 박수치며 즐긴 1시간30분. 후회없는 시간을 보냈지만 공연 후 아쉬움은 여럿 남는다. 먼저 ‘웃음은 남지만 여운은 없다’는 것. 능소전을 본 후 가슴에 담겨야 할 능소가 없다는 것은 능소에 대한 메시지가 약하다는 반증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그동안 능소전 줄거리가 너무 약하다는 지적과 연관된다. 또한 제대로 만들어진 마당극이 없어 각색과 배우들의 열연에 ‘땜질’식의 처방에 의존해야 한다는 문제에 봉착한다. 이정우 천안문화원 사무국장은 “능소전이 탄생한 천안삼거리는 능소와 박현수가 만난 장소로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전라도와 경상도, 충청도가 어우러지는 삼남의 길목이다. 누구나 만나야만 되는 곳이고, 대한민국의 삼거리며, 그것이 천안삼거리가 갖고 있는 파워”라고 강조했다. 윤성희 천안예총지부장도 “조영남이 화개장터를 부를 게 아니라 천안삼거리를 불렀어야 옳다”며 공감했다. 유능하다는 이유로 외지 연출가에게 맡기니 삼거리가 가진 의미를 표현해 내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이다. 능소란 인물과, 능소전이 갖는 사랑과 절개 이외의 높은 가치를 담기에는 2% 부족한 공연이었다. 뮤지컬화한 탓에 공연 내내 음악적 분위기가 가득했지만 가장 구심점에 있어야 할 천안 흥타령이 부수적인 부분으로 남은 것도 안타까움이 배인다. 능소의 외모적·지적 아름다움도 관객에게는 중요한 요소. 이상화된 능소를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공감대를 이룬다. 이번 제작의도에서 밝히듯 “가장 선행돼야 할 것이 재미”였다는데는 대체로 만족스러우나 ‘작품성’을 논하기는 아직 채워져야 할 것들이 더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