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기초의원들이 들고 일어섰다. 전국 기초의원 2080명은 지난 6월 국회에서 개정한 정당공천제와 중선거구제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난 6일(목) 헌법소원을 접수했다. 여기에는 이정원 천안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천안시의회 전체 의원들도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이 정당공천제에 가장 크게 문제삼는 것은 ‘정당에의 종속’. 기초의원이 정당공천을 받는 종속적 관계를 갖게 되면 지역적 이해보다 정당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선거구제도 ‘지역대표성’이 애매해 정책적 활동이 어렵고, 의원정수마저 줄인 처사는 지방자치제를 역행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안시의원들을 비롯한 전국 3496명의 기초의원들은 오는 13일(목)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규탄 결의대회’를 가질 전망이다. 개정법 폐해 벌써부터 나타나중선거구제의 폐해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특히 현역 기초의원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천안시의원은 26명. 각 지역구를 책임지는 ‘1지역 1의원’ 체제다. 하지만 중선거구제가 나타나면서 동·남부권의 경우 8개 지역에 3명의 의원을 뽑게 됐다. 현 시의원 8명 내에서조차 3대1의 경쟁률을 보인다. 게다가 정당공천제 도입으로 정당선택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대부분 한나라당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당내 공천경쟁도 불꽃 튈 전망이다. 한 의원은 지난해 보인 행위가 선거법 위반혐의를 받아 최근 선관위에 의해 고발된 상황을 놓고 “내년 선거경쟁자가 된 동료의원이 제보했다”며 씁쓸해했다. 가장 가까운 지역의원이 이젠 적이 된 상황에 당황스럽다는 표정이다. 또다른 의원도 이같은 ‘불쾌한 경험’에 난감한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인근 지역의 의원이 각종 행사나 민원에 해당의원보다 더 나서는 것에 대해 몇 번 주의도 줬지만 이후로도 여전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중선거구제 획정에 같은 지역으로 묶이지 않으면서 그같은 행위도 사라져 한숨을 돌렸다고.이정원(중앙동) 천안시의회 의장은 “정당공천제와 중선거구제는 지금까지 중앙정부가 추진해온 지방분권 지방자치제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격”이라며 “절대 중앙집권에 예속되는 개정악법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상국(쌍용2동) 의원도 정당공천제는 “시의원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행위”라며 강하게 지적했으며, 이완희(수신면) 의원은 중선거구제에 대해 “자기 지역도 아닌데 누가 내 일처럼 나서겠냐. 자칫 중선거구제는 지역파벌만 유도하는 꼴이 된다”는 우려를 보였다. 개정법, 긍정적 효과도 검토해야하지만 정당공천제와 중선거구제와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은 혼란이 야기될지 몰라도 장기적인 민주정치 실현을 위해서는 이같은 책임정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그동안 기초의원의 의정활동이란 ‘지역성’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지역이 어찌됐든 내 지역구만 챙기면 된다는 욕심이 지역발전을 오히려 저해하는 문제를 낳았다. 이같은 의원행태를 봐온 한 의원은 오히려 중선거구제를 지지하기도 했다. “각종 사업에 대해 의원들 심의가 종종 자기지역의 이권만 우선하려는 일부 의원들 때문에 언쟁이 벌어지고, 결국 전체 의원들이 손을 든다”며 푸념한다. 조병산(천안 을·박상돈 국회의원) 보좌관은 “새로운 정치문화를 갖자는데 정당공천제와 중선거구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개인의 힘은 작지만 협치, 즉 관계자들이 서로 힘과 지혜를 모으면 훌륭한 결과를 창출한다는 신념을 보였다. 그동안 지방정치는 자기지역을 관리하는 개개인의 능력으로만 표출된 것 아니냐는 그는 “당분간 여러 맹점이 나타날 테지만 국민들의 의식수준은 충분히 극복할 만큼 성장했다”고 말했다. 중선거구제나 정당공천제는 나름대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제도 자체의 문제보다 그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명심하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고 내다봤다. 의원들이, 또는 정치 지망생들이 기존처럼 이전투구에만 열올리면 당분간 평탄치 않은 문제들이 야기될 것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