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5·성정2동)
박종호군이 5년 여의 병원생활을 청산했다. 스스로도 감격스러워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태어날 때 희귀난치병을 달고 나온 종호군. X염색체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혈소판 수치가 정상인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위스코드알드리히증후군’.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출혈과다로 10세 이전에 사망할 수 있는 질환이다. 100만명에 한두 명이 발생하며, 국내에서도 몇 명의 환자만이 보고됐을 뿐이다. 이삼일에 한 번씩 혈소판수혈과 독한 항생제 치료에 파김치가 돼있는 종호군이 ‘병원탈출’에 성공한 것은 제대혈(피 전부를 다른 정상피로 바꾸는 것) 이식수술 때문. 2005년 2월24일 아주대병원에서 수술받은 종호군은 더이상 ‘약한 아이’가 아니다. “치료가 참 잘됐대요. 다 지역사회가 종호에게 관심가져주신 덕분이죠.” 위탁모인 유종희씨도 그간 고생을 뒤로 하고 종호처럼 웃음꽃을 달았다. 종호의 어려운 사정은 그동안 여러 매스컴을 통해 지역사회에 알려졌고, 본지도 수 차례에 걸쳐 딱한 형편을 보도했다. 각계각층의 성원이 이어지며 넉넉하진 않지만 수술비도 마련됐다. 한 생명이 새로운 삶을 영위하게 된 것, 그리고 그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종호는 한 달 전부터 어린이집에 다닌다.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외로움’을 벗어나려 택한 것은 종일반. 열손가락을 펴보이며 “(친구) 많이 있어요” 한다. 이젠 혈소판도 정상수치. 재발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가슴 한쪽에 주사바늘을 부착한 것 외에는 병색을 알아볼 수 없다. 지난 7일(금) 오전 11시경. 종호는 성정동 전망좋은 13층 집에 있었다. 비도 오고, 금요일 오후 3시경이면 찾아와 놀아주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어린이집에 가지 않은 것. 이 때문에 종호는 더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동안 종호를 열성으로 돌봐준 누나와 만화영화 ‘짱구’도 보고, 찰흙으로 곰돌이도 만들고 놀았다. 얼룩말을 낙타라고 우기기도 했다. 또래 여느 아이와 다름없는 종호.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