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극, 능소전 공연준비 한창, 미완의 대본이 공연 망칠까예부터 삼남교통의 요충지로 널리 알려진 천안삼거리는 능소와 박현수 선비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로도 유명하다. 시는 천안의 대표적 설화인 ‘능소전’에 매년 수천만원을 쏟아붓고 있다. 올해도 능소전 마당극에 4000만원, 소리극에 3000만원을 배정했다. 대표적 지역문화를 살리자는 의도다. 하지만 줄거리가 남원 춘향전과 흡사한 데다 인지도, 연구, 의지 등이 떨어지며 제자리 걸음. 내부에서 점차 ‘활로’가 모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활로는 ‘완벽한 대본’ 얻기부터‘대본이 튼튼하면 실패율이 적다’. TV드라마의 공식 명제다. 좋은 대본은 재능있는 배우를 모으고, 당연히 투자가치도 높아진다. 드라마의 보편화된 공식이 천안 능소전에는 아직 못미치고 있다. 능소전은 아직 미완의 대본을 움켜쥐고 있을 뿐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구비문학, 능소전을 문자로 탄생시킨 장본인은 민병달 전 천안문화원장이다. 민 원장은 집필동기에 대해 “내 자랄 당시 할아버지는 근방에서 알아주는 한학자였죠. 이 때문에 유식한 이들이 자주 사랑방에 모여 이야길 나눴는데, 그 때 능소전에 대해 많이 귀담아 듣게 됐죠” 한다.민 원장은 4가지 갈래로 내려오는 능소 이야기를 엮어 80년대 초반, 한편의 능소전으로 만들었다. 이후 희곡작가 박우춘씨가 능소전을 희곡화했고, 2003년 시가 고료 1000만원을 내걸고 공모해 전 극작가, 김동기씨의 ‘능소풀’을 얻게 됐다. 해마다 흥타령축제의 부대행사로 펼쳐지는 마당극, 능소전은 이들 작품을 약간씩 각색하는 수준에서 공연되지만, 배우나 관객 모두에게 만족스런 감동을 주지 못하는 형편이다. 마당놀이극 수준을 높이려면 희곡이나 전극작가가 아닌 마당놀이 극작가의 작품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기에 이르렀다. 천안 연극협회(지부장 김태원)는 마당놀이 전문작가에게 맡겨 완벽한 대본을 얻는 것이 성공의 전제조건이 될 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태원 지부장은 “MBC 마당놀이나, 미추의 김지일씨 같은 전문작가라면 좋은 대본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대신 원고료가 1000만원을 웃돌아 부담이 따른다. 임경환 시 문화관광담당관도 완판형태의 대본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며 “올해 능소전을 본 후 대본 등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임 담당관은 “서울의 유명 마당극에 의뢰해 보니 3억원을 요구하더라”며 “적은 예산이지만 관객과 배우가 다 만족하는 능소전을 만들기 위해 효율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올해도 마당놀이, 능소전을 주관하는 연극협회는 고민이 많다. 작품의 질을 생각해 출연진 20명중 8명을 서울배우로 충당하고, 대본을 각색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관객들이 얼마나 호응해줄 것인가 기대보다는 우려를 내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