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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추석풍속 ‘잊혀진 놀이들’

‘잊혀진 놀이들’

등록일 2005년09월1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달맞이, 씨름은 천안의 대표적 놀이, 지금은 찾아볼 길 없어 추석(음력 8월15일)은 설, 단오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명절의 하나로 꼽힌다. ‘한가위’라고도 하는데 신라때 길쌈놀이인 가배에서 나온 말이라고도 한다. 추석은 일가친척들이 모여 햇과일과 햇곡식으로 차례를 지내고 산소에 성묘를 하며, 놀이를 즐겼다. 추석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송편이다. 멥쌀가루를 반죽해 팥, 깨, 콩 등을 넣고 반달모양으로 빚은 떡인데, 추석 전날 온 가족이 모여 송편을 빚으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덧 해묵은 갈등이 싹 사라진다. 설처럼 다양하진 않지만 전국적으로 씨름, 소놀이, 닭싸움, 거북놀이, 줄다리기와 남해안 일대에서 성행한 강강술래가 놀이문화로 남아있다. 하지만 대부분 맥이 끊긴 지 오래. 기껏 추석연휴 고스톱과 영화 한편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시대다. 추석엔 씨름재미에 ‘쏙’요즘 추석은 ‘예전’만 같지 않아 씁쓸하다. 형편은 예전과 비할 데 없이 나아졌지만 차례상을 대신 준비해 주는 업체가 성행할 정도로 마음의 정서는 반비례하고 있다. 천안만 해도 한때 추석만이 갖는 ‘떠들썩함’이 있었다. 마을마다 씨름판이 벌어졌는데 우승자는 황소를 받아갔다. 당시만 해도 소는 부의 상징. 비록 큰 소는 아니지만 잘생긴 송아지 한 마리를 끌고 개선장군처럼 집에 돌아가는 우승자에게 부러운 시샘이 가득, 이듬해 추석을 기다리며 씨름연마에 매달리기도 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천안천 하류에 위치한 와촌동 일대 모래사장에 큰 씨름판이 형성됐었다고 회상했다. 어르신들에 따르면 전국장사씨름대회라는 명칭이 붙을 정도로 대단했고, 인근 주민들이 몰려와 일대가 사람들로 가득 찼었다고. “그런데 방송에서 심심찮게 씨름대회가 중계되자 천안지역도 씨름이 시들시들 사라지더라구.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어졌어.” 그나마 병천 가전리는 해방 이후 60년 가까이 씨름대회 명맥을 겨우 유지해 오고 있다.천안에는 씨름 말고도 ‘달맞이’가 있었다. 남자들이 씨름을 즐긴다면 휘영청 밝은 달을 쳐다보며 소원을 빌고 노는 것은 여자들의 놀이였다.한때 거북놀이도 행해졌지만 타지역 사람이 천안 입장과 병천에 생활터를 갖고 재현하는데 그쳤다. 이정우 천안문화원 사무국장은 “내 어릴 때 소놀이와 올게심니란 놀이도 봤어요. 소놀이는 거적을 사람몸에 입히고 새끼줄로 소꼬리처럼 만들어 돌아다니는 것이고, 올게심니는 벼나 조 이삭을 베어다가 묶어 대문 안쪽에 걸어놓는 걸 말하죠” 하고 말했다. 천안문화원도 추석의 세시풍속과 관련한 천안지역의 자료집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80년대 말 문화원에서 비석치기, 딱지치기, 팽이치기 등 아이들 놀이를 마련한 적 있으나 사람들이 모이지 않아 조촐히 치러진 것이 추석에 접한 행사의 전부였다고 밝혔다. “농한기인 설과 달리 추석은 농부들이 한창 바쁜 때야. 그래서 추석도 하루, 이틀 간단히 지내고 말았지. 빨리 맞고 일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놀이문화가 적어. 형편이 안되잖아.”민병달 전 천안문화원장은 추석이 3대 명절이긴 하나 ‘농번기철’인 관계로 민속놀이가 많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이 지역은 독특한 추석풍습을 갖고 있질 않아. 씨름과 달맞이가 다였지” 한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 해서 농사일을 제일로 여겼던 옛시절. 이 때문에 모든 놀이문화도 농번기를 피해 발전했다. 실제 설에서 대보름날까지는 농한기로 수많은 민속놀이가 성행하지만 수확기에 맞는 추석은 햇곡식, 햇과일로 조상께 차례지내는 일 말고는 서둘러 들녘으로 나갔다. 시대가 변하면 놀이도 바뀌어야농사가 생활을 좌지우지했던 시대는 사라졌다. 소가 밭을 가는 것도, 우마차가 거리를 지나는 것도 더 이상 볼 수 없다. 모내기때 떠들썩한 풍물소리나, 수확의 기쁨을 노래하는 농요소리도 끊긴지 오래다. 그냥 이대로 놀이문화도 바뀌어야 하는가. 사라져야 하는가. 추석을 맞이해 전통 놀이문화가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어르신네들은 ‘지킬건 지키고 버릴 건 버려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올게심니나 소놀이 등은 정서상 재현하기 어려워도 달맞이나 씨름은 시대에 상관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 훈 천안노인회장은 “예전엔 달맞이, 씨름과 함께 그네뛰기도 봤던 건 같은데 요즘 추석은 마땅한 놀이문화가 없는 것이 아쉽다”며 일부 민속놀이는 살려내는 것도 좋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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