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동 진양곰탕 맞은편 건물 2층에는 ‘남상호사진공방’이 자리잡고 있다.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까지는 평범한 보통건물이다. 특이한 것이 없다고 느끼며 들어가는 순간 색다른 운치가 느껴진다.
나무바닥이며, 각종 기기의 배치가 격조를 느끼게 해준다. ‘최고의 사진방’을 위해 사재를 털어 쏟아부었으니 갖춤이 부족하겠는가.그를 아는 사람들은 ‘대단하다’고들 한다. 83년 연극에 입문해 천안 연극협회 초대지부장을 지냈지만 ‘배고픈 직업’임을 아는 까닭에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 ‘사진작가’로 변신을 시도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92년 무작정 서울에 소재한 사진학원을 2년 정도 다녔습니다. 2년을 준비해 대학에도 들어갔고, 유능한 사진작가 밑에서 2년 여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총 7년을 배운 끝에 2002년 이곳에 사진공방을 내게 됐죠.”
‘늦게 배운 도둑질 밤 새는 줄 모른다’고 악착같이 배워 사진세계의 한 끝을 잡았다.
“2개월 동안 각원사 밑에서 댕기만 죽어라고 찍어대기도 했어요. 그 덕에 좋은 작품이란 얼마나 멋진 피사체를 잡느냐에 있기 보다 작가의 마음을 담아내느냐에 있음을 알게 됐죠.”
외골수로 사진기술을 익히기에 7년을 보냈지만 사진작가가 된다는 건 인내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원성동에 문을 열고 의기양양하게 인물사진을 촬영하던 그는 원하는 사진이 안 나온다는 새로운 고민에 휩싸였다.
괴로워서 술 마시고, 사진 찍고 하기를 반복, 6개월을 보내고서야 문제점을 찾게 됐다.
“인물사진은 밝은 쪽 볼에 역삼각형이 그려져야 합격점인데 수개월을 보내고서야 까닭을 알 수 있었죠. 사람마다 얼굴형태가 다르다는 것을 간과했으니, 그 미세한 표현이 제대로 나올 리 없잖겠어요.”
이후에는 석고상을 상대로 피나는 촬영기법을 연마했다. 전문가는 이론만으로 알고 있는 사실을 실제에서도 똑같이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는 지론을 얻게 된 것. 인생을 걸고 사재를 털어 차린 공방. 일반 사진관은 수 백만원 선에서 조명기구를 갖춰놓았지만 그는 최상의 작품을 얻기 위해 4000만원 가까운 조명기구를 들여놓았다. 또한 지역에서 하나뿐인 흑백사진 인화작업장도 갖췄고, 기기도 욕심껏 최신설비만을 탐했다.
“저 기기들 쓰면 적자예요. 원가가 더 들어가죠. 사진작가들도 경제적 부담으로 대충 뽑는데, 좋은 사진 얻고자 일반인들이 이용하기는 더욱 어렵죠.”
일반 사진관이 1만원 미만 하는 증명사진이 이 곳에서는 2만원을 받는다. 다행히 미술작가나 제품홍보를 위해 찾는 발걸음이 늘면서 3년이 돼가는 지금 어렵지만 꾸려갈 정도는 됐다.
또 일반인 중에도 “만원 내고 마음에 안 드는 사진 보다 2만원 내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원한다”며 줄곧 애용하는 사람도 생겼다. 경제생활도 영위하고, 사진을 매개체로 하는 예술문화도 추구할 수 있는 1석2조 직업을 갖게 된 남씨. 천안문화원 사진교실 강사로 또한 누드촬영대회, 사진으로 보는 시정 40년사 작업, 사진동우회 창립준비 등을 하며 사진문화 활성화에 앞장서는 그는 “천안에 적어도 사진예술의 자긍심을 갖고 보여줄 수 있는 사진관이 한 곳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는 생각으로 최고를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