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원·46·목천읍한때 문화·예술계 대부들을 사귀며 물처럼, 바람처럼 떠돌다 92년 천안에 정착한 김태원씨. 역마살이 단단히 끼었다는 그는 스스로를 ‘걸망쟁이’라 한다. “10여 년을 정처없이 산 따라 다닌 적도 있어요. 산사람이었죠. 가족은 싫어해요.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니 가장으로 충실할 리 없잖아요.” 뒤늦게 후회하는 그. 이젠 나다니는 것도 싫다는 말 속에 은근히 가정에 대한 애착을 엿보인다.젊은 시절, 멋모르고 사귀었던 문화·예술인들이 이제는 그의 삶에 직·간접으로 영향력을 주었다. 장고도 배웠고, 음악에 대한 조예도 넓혔다. 덕분에 문화·예술을 논하는 자리에 끼어들 정도는 됐다.92년 천안에 정착한 그는 지역문화를 알기 위해 문화유적답사를 다니며 4년을 공부했다. 알아가면서 문화·역사란 만만찮은 배움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의 눈에 비친 천안은 어떨까. “아직 갈 길이 먼데 주저앉으려는 경향이 많은 것 같아요. 예술은 철저하게 배고파야 돼요. 배부르면 성장의식도 멈추죠.” 그는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고 한다. 특히 대부분의 제도권 사람들을 ‘안주하려는 사람’으로 비판하며 배고프면 곤조가 생기고, 거기서 창조력이 나온다고 강조한다.평론가의 부재도 천안문화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충돌에서 변화가 발생합니다. 제도권과 비제도권, 시민과 예술가, 전문가와 아마추어 등이 의견충돌을 이루고 문제를 풀어가는 데서 발전하는 겁니다. 비판을 두려워해선 천안의 미래도 없습니다.”후배들은 문화·예술에 열정과 능력을 갖춘 그를 종종 찾는다. 공연행사에 기획을 맡기기도 하고 진로도 함께 고민한다. 찾아주는 것이 고마워 한 푼 생기는 일 없는데도 제 일처럼 발벗고 나선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예술인과 시민이 지역문화에 관심을 갖고 사랑하는 일입니다. 모든 일은 작은 관심에서 시작되니까요. 누구의 몫도 아니죠. 바로 우리가 할 일이니까요.”최근 그는 문화·예술에도 경영기법을 도입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골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