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는 윤혜란씨.
천안에서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국제적인 상 수상 영예윤혜란(37·쌍용동) 전 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 사무국장이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필리핀 대통령이던 R. 막사이사이(1907∼57)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매년 정부공무원, 공공사업, 사회공익, 언론문화, 국제협조 등에 봉사와 기여도가 큰 인물에게 수여하는 국제적인 상이다. 한국에서는 장준하, 김활란, 이태영, 장기려, 함석헌, 김임순 등이 수상했으며 2002년에는 법륜스님이 수상한 바 있다. 윤 국장은 40세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떠오르는 지도자상’을 받게 됐다. 천안에서 이뤄지는 작은 단위의 활동들이 아직은 폐쇄성을 가진 아시아에서 모범사례로 알려지며, 그 중심에 서 있던 윤혜란 국장이 영예를 얻게 된 것. “상이 갖는 무게가 있잖아요. 저도 실감이 안 났고, 제 아이도 믿을 수 없다고 했죠.” 환한 웃음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윤 국장은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 듯 상기된 표정이다. 연세대 사학과를 나와 불모지와 다름없는 천안 시민운동에 뛰어들 때만 해도 세상의 부조리와 소외계층에 대한 혁신에 목말라했다는 윤 국장은 90년 천안YMCA 창립을 비롯해 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 사무국장, 미래를여는아이들 이사, 살고싶은복지도시천안네트워크 사무국장, 푸른천안21 운영위원 등을 맡아 활동하며 세상을 한 번에 바꾸려는 ‘혁신’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알게 됐다고.▶단체를 조직하고 스스로 자활할 수 있도록 하는 인큐베이팅(incubating) 활동, 즉 노인복지건강센터, 미래를 여는 아이들, 충남장애인부모회 등을 창립해 좋은 성과를 거뒀는데.-성공했다기 보다는 그같은 사업방향이 바람직했다는 생각이다. 그들이 오랜 시간 소외받고 있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방안에 대한 내부지도력이 있었다는 점, 또한 광범위한 지역사회 지원을 받아 가능했다.▶시민운동의 예전과 지금을 평가한다면.-내가 보는 평가기준은 ‘사람’이다. 지역사회를 선하게 변화시켜 나가는 헌신자가 얼마나 생겼느냐 하는 것인데, 천안은 대학 졸업 후 지역사회의 시민운동에 참여하는 모습이 예전보다, 타 지역보다 많다는 것에서 성과를 갖는다.▶처음 시민운동에 헌신하게 된 이유는.-거창한 계획을 갖고 출발했던 건 아니다. 청소년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고, 내 작은 노력이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랐다. ▶주부이기 때문에 갖는 어려움은 없었나.-참, 그 부분이 쉽지 않았다. 두세 번 활동을 접을까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두자 시어머니와 가족이 많이 도왔다. 좋은 여건임에도 따가운 주변시선과 아들 현식(11·초5)이가 방치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 들 때도 있었다. 그나마 방과후 교실 등을 통해 알게 된 소외된 아이들을 보며 엄마사랑을 나누는 것에 대한 위로감을 받게 됐다. ▶주부의 사회참여에 대한 열악함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은 뭘까.-나도 어렵게 버텼지만 나만큼 운 좋은 여성도 많지 않다. 가사나 육아문제 등이 여성의 몫으로만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회적으로 여성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 주변에서 바라보는 정서적 지지망이 좋게 형성되는 것도 심리적으로 큰 힘이 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재충전의 시간으로 당장은 2∼3년간 쉴 생각이다. 일에 따른 자기정체성 등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건강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요즘 아침산행이나 요가 등을 통해 건강도 챙기고 있다.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서는 천안을 근간으로 풀뿌리 운동에 매달리고 싶다. 그래서 좋은 시민운동가를 양성하고 그들로 인해 건전한 사회가 되도록 일조하고 싶다. ▶열의를 가지고 시작했던 시민운동이 회의감으로 끝나기도 하는 걸 본다. 마지막으로 시민운동가들에게 조언 한마디.-활동영역에 대해 끊임없이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이 하는 일에 확신도 없고, 비전도 없을때 조직·단체간 이기주의나 소수의 이해관계에 매몰된다.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자기 일에 대한 정체성을 잃어버렸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