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태 희· 54·천안예총 상임이사
20여 년간 연극밥을 먹고 살아온 천안토박이, 남태희씨. 한국연극협회 천안지부 상임이사, 극단 천안 연기분과장, 연극인 강사 등 하는 일도 많다. 연극에만 전념하기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의 집념이 20년을 버텨오게 했다.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한때 극단 ‘가교’에 있다 직장생활로 외도한 적도 있는 남태희씨. “언젠가 연극인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죠. 월급은 얼마냐는 질문이 있더군요. 가만 생각해보다 ‘-300만원’이라고 적어 넣었죠. 이게 한국 연극배우의 현실입니다.”한 때는 천안연극계의 활성화를 위해 중앙도서관 옆에 ‘리허설’이라는 소극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척박한 토양에서 뭔가 건져내려 노력한 지 2년. 의지만 갖고 덤벼들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문은 닫았지만 월척을 건지려면 끈기있게 밑밥을 던져야 한다는 거죠.” 성공을 위해서는 궤도에 오르기까지 버틸 수 있는 밑천이 있어야 한다는 걸 배운 것이다. 이 때문에 얼마전 개관한 ‘대학로 예술극장’에 기대 보다는 우려가 높다. 그가 바라보는 연극계는 그 역사가 ‘가장 오래 됐지만 가장 퇴보된’ 부문으로 판단한다. “전국 대학에 연극영화과만 60개가 넘어요. 매년 각 과마다 2명씩만 나와도 1백20명인데, 그들이 다 어디 있습니까. 연극계에 투신해도 가정은커녕 제 입 건사하기도 힘드니…, 그래서 돈을 따라 옮겨다니고, 상업화에 찌들고 하며 자꾸 한 눈 파는 것 아닙니까.”지난 5일(화) 막내린 ‘목탁구멍’에서 그가 맡은 역은 탄성스님. 극중 주인공보다 많은 6백개의 대사문구로 놀라게 한다. “어릴 때부터 암기력이 뛰어났어요. 군에서 군무신조다 뭐다 하며 암기하는 게 많았는데 너무 쉬웠죠.” 이번 목탁구멍이 끝나자마자 그는 ‘울고넘는 박달재’ 공연을 위해, 9월에는 ‘능소전’을 준비하기 위해 바쁘다. “정부나 지방자체단체에서 돈 있으면 지방 극단에 좀 밀어주쇼. 지방문화 꽃피우는데 ‘연극’만한 게 어디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