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난 시립흥타령풍물단 길놀이 공연.
제2회째를 맞는 천안예술제는 올해도 천안시민들에게 일명 ‘왕따’를 당했다. 예술제를 위해 시민들이 모인 것이 아니라, 시민이 모여있는 곳에 예술제가 찾아간 행사였다. 주차 관리자도 말하듯이 “평상시 찾아오는 방문객 차량과 큰 차이는 못느낀다”는 말은 차지하더라도, 예술제의 가장 하이라이트인 메인행사에 관계자를 포함해 3백여 명의 관객만이 앉아있었다는 점은 예술제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알려줬다. 또다시 천안예술에 대한 강한 이미지를 박아야 한다는 조급함이 배게 한다. 차라리 한가지 주제를 담고 천안예술의 고유영역을 표현했으면 좋았겠다는 공감대가 일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내년에는 보완의 개념이 아닌, 예술제의 형식을 대폭적으로 손질해야겠다는 생각이 천안예총 관계자들을 자극했다. 이번 예술제가 제 취지는 벗어났지만, 무의미한 예술제를 보낸 것은 아니다. 지난해 보다 확연히 좋았다는 것에는 너나 없이 공감했던 예술제였다. 특히 관객이 주체와 동화되며 어우러지는 참여문화는 궤도에 올랐다.사생대회, 인기특수 누려제일 많은 참여를 보인 것은 사생대회였다. 4백여 명의 아이들이 참여했고, 개별 아이들 뒤에는 가족들이 버티고 열심히 응원했다. 분수대와 조각공원 인근 그늘을 차지하고 그림에 몰두하는 아이들과 수발을 드는 가족들의 정겨움이 물씬 풍겨났다. 또한 한쪽 코너에 대형 천과 물감을 배치해 사생대회에 소외된 어린아이들 위주로 그림경쟁이 불붙었다. 1백여 명 가까이 참여한 백일장도 한쪽에서 분전했다. 올해부터 전국공모제라는 이름을 단 ‘민촌백일장’은 일부 참가자들이 서울,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에서 찾아와 기량을 선보였다. 장원은 시 부문에 도전한 천안 원성동의 손희란(38·여)씨가 영예를 얻었으며, 이하 차상에는 수필에 곽현숙(38·두정동)·남혜진(22·불당동)씨, 차하에는 시에 배꽃잎(25·쌍용동)·이연환(나이미상·쌍용동), 그리고 특별상에는 시에 이선이(43·신부동), 수필에 김정희(37·신부동)·신태순(나이미상·사직동)씨가 선정됐다. 한쪽에서는 음악협회 주최의 숲속 동요잔치가 열렸다. 가족단위 동요대회로, 가족간 화합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부모나 아이들 모두 열심히 노래를 불러 제꼈다. 조촐하지만 그런대로 한 코너를 무던히 담당했다. 천안시민회관과 충남학생회관에서 전시되는 작품들도 일정 수준을 갖추고 시민들의 발걸음을 기다렸다. 특히 미술협회에서 주최한 시민회관 제3전시실의 ‘천안4계’는 천안지역의 봄·여름·가을·겨울의 자연을 그림으로 표현돼 관심을 자아냈다.그러나 이번 행사에 가장 공들인 메인행사는 여러 가지 차질이 빚어지며 아쉬움으로 끝나야 했다. 태조산 특설무대를 꾸며놓고 11일(토) 저녁 7시에 시작된 ‘천안예술제’는 먼저 천안예술인들의 종합퍼포먼스가 정작 예술인들이 빠진 공연이 되며 당초 공연 취지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무대위의 천안예술사도 독특함에 비춰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했으며, 관객을 유치하고 붙잡아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계획했던 초청가수 장사익과 타악그룹 들소리는 오히려 다 떠나고 겨우 2백여명 남은 이들을 위해 공연되는 풍경이 연출됐다. 한편 부대행사로 열린 옹기제작 시연과 페이스페인팅은 어린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예술의 한 코너로 자리잡았다. 페이스페인팅의 경우 지난해에는 뙤약볕에서 줄 서 기다리는 아이들의 지친 모습도 봐야 했으나, 올해는 그늘 속에서, 또한 3명의 봉사원들 노력으로 즐겁게 진행됐다.예술제에 반하는 아쉬움, 일곱“장소가 딱 좋습니다.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곳, 오늘 보니 참 좋아요…, 근데 전시장 하나 없는 게 흠이네요.”김영천 충남예총 회장은 천진난만하게 뛰노는 아이들을 흐뭇한 눈길로 바라보며, 예술제에 부족한 2%를 밝힌다. 정말 그렇다. 예술제 주무대인 태조산 공원에 전시장이 없는 관계로 부득이 천안시민회관과 충남학생회관에 전시장을 꾸민 것이 못내 아쉽다. 그같은 눈으로 행사장을 둘러보니 관객의 편의를 고려치 않은 몇몇 미비함이 눈에 거슬린다. 백일장과 사생대회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이 집중을 요할 때, 가까운 곳에서는 현인가요제가 시끌벅적 개최되고 있었다. 문인협회는 그 때문에 시상식 발표 등에 지장을 받기도 했다. 실내 체육관에서 벌어진 가족동요제는 넓은 공간과 무대위의 조명시설이 돼있지 않아 참가자나 관객 모두에게 산란스러움을 던져줬다. 차라리 자연을 벗삼아 야외무대를 마련했으면 훨씬 나았을 뻔. 이밖에 각 부문의 행사가 종료된 후 예술제의 메인행사가 준비됐는데 별다른 볼거리 없이 기다린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질 만큼 길었던 점도 원활한 진행에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메인행사장의 관객과 무대 사이에 쳐져있던 5개의 대형 현수막이 아무 이유없이 놓여있어 공연이 끝날 때까지 관객의 시야를 가린 점, 사람을 불러모은다는 신통력을 기대했던 이 시대의 소리꾼, 장사익과 신나는 타악기의 두들김, 들소리의 공연이 관객이 다 빠져나간 연후에 진행돼 뒤풀이 형식으로 전락한 것은 당초 계획에 어긋났던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