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으로 장난치며 소곤거리는 남자 중학교 학생들이 있는 반면 필기도구를 꺼내놓고 음악감상에 여념없는 여고 학생들.
공연장 문화는 일명 ‘더불어’문화다. 공공의 영역에서 나보다 남을 배려해 관객의 호흡을 일치시키는 것. 그래야만 무대 위의 공연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더불어 문화는 ‘예의’로부터 출발한다. 특히 소리에 민감한 음악공연은 작은 잡음에서도 공연자의 심기를 어지럽히며, 관객 또한 제대로 된 공연을 즐길 수 없게 된다.상당부분 학생들이 좌석을 채운 이번 라살합창단 공연은 대표적인 예다. 한쪽은 남자 중학생 그룹이, 다른 쪽은 여자 고등학교 그룹이 공연을 관람했다. 두 곳 모두 학교에서 내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보여준 태도는 180도 달랐다. 여고 학생들은 모두 볼펜을 잡고, 무대 위의 해설자 말을 열심히 받아 적었다. 시험기간의 공부처럼 놀라운 집중력이 발휘, 공연 내내 숨소리도 듣기 어려웠다. 반면 남중(1학년) 학생들은 저마다 핸드폰을 손에 들고 오락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공연장인지 잠시 잊었는지 옆 아이와 킥킥거리며 이곳저곳에서 떠든다. 앞사람들의 찡그림도 아랑곳 없다. 보다 못해 주의를 주지만 내쫓기 전에는 멈출 생각이 없는 듯했다. “학교에서 과제는 뭐하러 내준담.” 결국 불만섞인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차라리 오지 않으면 다른 관객에 방해나 되지 않을 것을….’ 아쉬움이 배인다. 한 관객이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말한다. “아이들도 문제지만, 음악이 아이들에게 맞지 않음도 문제입니다. 저번 다른 공연에서는 아이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장르를 선보였는데, 이번 공연은 아이들에겐 그저 ‘따분한’ 공연일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공연을 듣는 선택은 관객 개개인에 있는 것. 강요에 의해 찾는 공연장은 주로 지루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종종 옆 관객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발생한다. 천안에 좋은 공연이 들어오고 있지만, 지역민도 좋은 관객으로 남을 수 있는가 고민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