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 하/ 47·천안시 광덕면 원덕리
“바쁘냐구요. 요즘은 숨 쉴 겨를도 없어요. 지금도 보은으로 가는 산고개를 넘고 있거든요. 조금 있다 제가 전화 드릴께요.”나무와 함께 17년을 살아온 이중하씨. 처음 나무에 대해 ‘무지렁이’ 지식으로 시작했지만 이젠 누구보다 나무박사가 됐다. 올해 그의 6천평 밭에는 잣나무 30만주를 비롯해 옻나무와 소나무는 각 15만주, 이외에도 헛개나무, 업나무, 옻나무, 오갈피, 주목 등이 수만그루씩 무럭무럭 자랐다. 10년 이상된 나무들도 있지만 업나무나 옻나무, 잣나무는 1년 심고 파는 묘목판매를 위주로 기른다. 17년. 사람으로 말하면 태어난 아기를 어르고 길러 사회인으로 내보내는 기간이다. 매일 나무와 시름한 사람으로, 이젠 나무를 한번 훑어보는 것만으로 병든 상태를 내다보는 경지다.그에게 1년중 가장 바쁜 달은 3·4월인 요즘이다. 식목·한식일을 전후로 가장 많은 나무가 팔리기 때문에 1년 농사가 이때에 결정되는 때이기도 하다. “작년엔 내 밭에서만 토종 가시오가피, 주목, 옻나무 등 40만주 넘게 팔았죠. 40만주라면 손가락으로 세기도 바쁘죠. 그 뿐인가요. 인부들 몇 데리고 다른 재배자들 것도 캐서 내놓는 일을 하고 있어요. 나에게는 다른 재배자보다 몇 배 바쁜 철이죠.”천안시 산림조합의 나무시장에도 가장 많은 나무를 내놓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곳에 내놓는건 얼마 안돼요. 대부분 서울 양재동 나무시장으로 올라가죠.” 하기사 산림조합에서 판매해주는 조합원들의 나무는 15만주. 그 혼자 판매하는 분량의 반도 채 안된다. “천안시 산림조합에서 개설하는 나무시장은 우리에게 있어 너무 작아요. 이 때 판매되는 수익은 1년 전체수익의 10%도 안되니까요. 공간이 비좁다 보니 좋고 큰 나무를 갖다 놓을 수가 없고, 또 갖다놓는다 해도 협소한 공간 때문에 오밀조밀 묶어놔 상품가치가 떨어지죠. 가장 큰 문제는 상설시장이 아니라는 점이죠.”그가 말하는 시민들의 나무시장이 되려면 넓은 공간확보는 물론 상품가치를 고려한 공간배치는 필수적. 여기에 1년 내내 상설시장으로 개설하고, 이곳을 찾는 구매자들에게는 좀 더 저렴하게 제공될 수 있는 방법이 연구돼야 한다는 생각이다.“나무도 돌고 도나봐요. 오가피는 3년전 금값이었지만 지금은 값이 없어요. 대신 올해는 업나무나 옻나무 가격이 괜찮죠. 재배자들이 그 해 좋은 가격의 나무를 대량 심어 다음해 가격경쟁이 유발되고, 결국 가격폭락으로 이어지는 거죠.”그래도 나무재배가 농가소득에 도움이 된다며 밝은 표정이다. 23일(수)에는 연기군 일대에서 나무캐기에 바쁜 그가 25일(금)에는 아내와 일꾼들을 데리고 보은으로 향하는 이중하씨에게 있어 3·4월은 ‘가장 힘들면서 재미있는’ 계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