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열정82세의 나이에도 11군데 회장을 맡고 있는 한상욱 회장. “내 나이가 몇인데…. ”
하지만, 왕성한 활동에 여념없는 한 회장에게 있어 ‘나이타령’은 어울리지 않는다. 천안한시회장과 한국서화작가협회 천안지부장은 20년째 맡고 있고 시조, 천안종친회 부회장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버겁다. 병천이 고향이지만 일에 바빠 타지를 전전하다 지난 85년 천안에 돌아와 처음 시작한 것은 병천 서예학원.
매사 열성적인 탓에 자연히 한시와 한국서화 모임을 갖고 회장으로 추대됐다. 한시, 즉 한자로 시를 짓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로, 관내를 통틀어 30여 명 뿐. 그나마도 점차 그 수가 줄더니 이제는 15명 남짓에 머문다.
요즘 한 회장에게 위안은 ‘제자’다. 장년층 다섯 명을 가르치는 재미가 쏠쏠. 아직 제자가 지은 글의 7할을 고쳐줘야 한시다운 모양새가 나타나지만, 나날이 실력이 느는 제자를 볼 때 흐뭇함을 감출 수 없다.
한시 모임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청주와 공주를 왕래하기도 한다.전시회는 1년에 고작 한두 차례. 돈도 많이 들고 찾아주는 이도 적기 때문이다.
“전시, 우리들 잔치가 되는 거지. 한시가 이해도 어렵고, 좀 딱딱하잖아. 그래도 한시백일장 열고, 입상작들 모아 여는 거지.”
서화는 그림이 함께 있어 좀 낫다 싶은데, 그래도 일반인은 어렵다고 찾질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한시와 서화는 한자문화를 접한 일부 어르신네들 몫으로 돌려진다. 이외에도 한 회장은 시조까지 욕심내 배우고 있다.
시조는 호흡건강에 좋다 해서 3년 전부터 배우는데, 그곳에서도 들어가자마자 회장직을 맡았다. 이후 13명 정도가 일주일에 두 번 사직동 남산공원 밑 작은 공간에서 배우고 있다.
“글쎄 내 자랑 같지만 난 한시, 서화, 시조 세 가지를 하고 있어 남들보다 몇 배 바빠. 근데 하는 것도 좋지만 회장이 실력이나 이름만 내걸고 다니는 게 아니잖아. 다 꾸려나가려다 보니 (돈) 쓸데는 많고 연금 타는 노인네 돈이 어디 있나. 내놓으려 해도 막무가내 회장 해야된다 하니, 어찌 해야 될지….”
한 회장의 왕성한 활동에 궁금하던 차, 그의 젊은 시절을 듣고 보니 ‘그럴 만 하겠다’ 싶다. 교육계 공직생활을 시작으로, 내무부에 추천되고, 1960년 7월 충남에서 일착으로 연기군수가 됐다. 이어 옥천군수 때는 3천5백리 암반길을 닦아 박정희 대통령과 친견례를 갖고 곧바로 충주시장을 거쳐 천안군수까지 지냈다. 무엇을 해야 되겠다 마음먹은 것은 고집스레 해내는 성격이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게 만든 것이다.
“내 삶에 후회는 없어. 할 만큼 했잖아. 천안 병천과 옥천, 충주 등에 송덕비만 네 개야. 글쎄, 받아도 되는진 모르겠지만 내가 어떻게 살아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아 기분은 좋아.”
부부금슬도 좋아 올해로 60년을 해로, 기념으로 회고록을 낼까 하지만 마음뿐이라는 한 회장. 오는 15일 전국규모의 ‘제3회 시조경창대회’에 이어 ‘제17회 전국한시백일장’ 등 행사를 주최하기 위해 요즘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