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부터 3백인 이상 기업체에 주5일제가 시행된다. 이미 공무원과 1천인 이상 기업체를 비롯해 일부 기업체도 앞서 5일제를 시행중에 있다. 이같은 주5일제 시행에 따라 문화관광유산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천안·아산도 예외는 아니다. 이에 따라 본지는 지역의 관광산업 육성·발전을 위해 격주로 가볼만한 주요 문화유적(지)을 소개키로 했다. <편집자 주>
국도변에 위치한 봉선홍경사 사적갈비가 빈 들판에 외로이 서있다.
1천년전 2백여 칸 위용 자랑하는 고찰, 들판에 사적갈비만 외로이 옛 흔적 지켜…
천안은 3개의 국보를 가지고 있지만 지역에 남아있는 것은 성환읍 대홍리에 있는 ‘봉선 홍경사 사적갈비’ 뿐이다.
국보7호인 봉선 홍경사 사적갈비(이하 사적갈비)는 지난 62년 12월20일 지정돼 보호·관리받고 있는 천안의 대표적 문화재다. 봉선 홍경사라는 사찰이 지어진 것은 1021년 고려 현종12년 때이다.
그리고 사적갈비는 사찰이 지어진 것을 기념하기 위해 5년 후인 1026년 세운 비로 알려져 있다.
원래 이곳은 갈대가 무성한 못이 있고, 인가와 떨어져 있어 강도가 자주 출몰하던 곳이었다. 이에 현종은 불법(佛法)을 펴고,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봉선홍경사라는 사찰을 짓게 된 것이다.
5년간 2백여 칸의 홍경사를 건립한 현종은 부왕인 안종의 유지이기도 해 홍경사라는 이름 앞에 ‘봉선’이라 했다.
최충이 비문을 짓고 백현례가 쓴 사적갈비는 거북모양의 받침인 귀부와 이무기를 조각한 덮개돌인 이수를 갖추고 있으며 어룡의 머리가 오른쪽을 보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고려시대의 조각과 금석문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보고 있다.
역사적 의미찾기 본격화천안에서 평택으로 향하는 국도1호변. 성환을 지나 평택 경계점에 이르러 오른쪽 30m 지점에 봉선홍경사사적갈비가 사람을 맞는다.
1천년전 웅장했을 2백여 칸 사찰은 온데 간데 없고 오직 홍경사란 사찰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사적갈비와 주변 몇 그루의 소나무, 그리고 작년에서야 20여 대 주차공간을 만들어 놓은 외에는 주위가 허허로운 벌판이다.
불교에 심취한 이들이 역사의 발자취를 찾아 들른다면 ‘숨결’이나마 맡을 것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사적갈비가 주는 무게조차 작을 뿐이다.
천안 관내를 통틀어 유일한 국보인 점을 고려하면 뭔가 의미를 부여하고 한번쯤 찾을만한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또는 휘황한 볼거리로 꾸몄으면 하는 것이 관계자들의 바람이지만 사적갈비 외 옛 흔적 하나 보이지 않으니 그저 담담한 상황.
그래서 지자체가 단순한 유지·보수에만 신경써온 사적갈비에 최근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다행이지 싶다.
시는 올해 사적갈비에 대한 지표조사를 위해 용역비 3000만원의 예산을 세웠다. 국보로 지정된 만큼 뭔가 개발할 수 있는 명분(타당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행정담당자인 시 문화관광과 노대흥씨는 “사적갈비에 대한 주민 관심이 높고, 천안에 하나뿐인 국보임을 고려해 어떤 방식으로 문화관광지로 개발할 수 있을까 고민”이라고 말한다.
이미 불교계 조계종 종단에서도 당시 홍경사 사찰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다녀갔으며 아직 불분명한 인식으로 투자를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등한시 해왔던 역사적 고증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성환읍 주민자치위원회는 올해 사업중 하나로 홍경사에 대한 세미나를 계획하고 있다. 고증을 통해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이에 따른 시설투자로 모양새 있는 사적지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강형철 성환읍 주민자치위원장은 당시 이곳에서 벌어진 사건을 들추며 ‘민주화의 효시’임을 주장하기도 하며 “세미나를 통해 이같은 역사성을 발굴할 것”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