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 토종붕어와 채영욱씨 기념촬영.
지난 16일(일) 안서저수지 2천명 대회, 29.1㎝ 토종붕어 낚아 유명세“우와, 묵직하구나.”아침 8시경, 낚싯대를 드리운 지 20여 분만에 손 끝에 전해오는 감촉이 강하다. 힘 센 녀석(붕어)과 한바탕 힘겨루기 끝에 끌려올라온 토종붕어는 29.1㎝. 낚시꾼들이 오매불망 소원하는 월척(30㎝ 이상)에 눈썹 길이만큼 부족하다. 채영욱(39)씨 마음 한쪽에 1등의 꿈이 부풀어 오른다.2등 0.3㎝ 차이로 제쳐 (주)바낙스가 주최하고 한국낚시연합이 주관한 ‘제19회 바낙스배 전국얼음낚시대회’가 지난 16일(일) 천안 안서저수지에서 열렸다. 전국에서 몰려든 2천여 명의 낚시꾼들이 천안에 모이기는 오랜만. 이날 아침 7시 안서호의 두터운 얼음벽을 깨고 저마다 월척의 꿈을 꾸며 낚싯대를 드리웠다. 바낙스배의 이날 대회규칙은 ‘제일 큰 토종붕어 한 마리’로 아침 7시에서 오후 1시까지로 제한했다. 토종붕어는 1년에 몇 ㎝씩 자라는 외국산 붕어와는 달리 1년에 기껏 1㎝ 자라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낚시꾼들은 월척도 ‘토종붕어’만을 인정하는 추세다. 간간이 눈발이 날리고 바람불어 낚시꾼들에게는 ‘내키지 않는 기후’가 계속 됐다. 주최측도 눈살을 찌푸리며 햇빛이 들기를 바랐으나 헛된 바람이었을 뿐. 이 때문인지 2천여 명의 참가자가 잡은 붕어는 세 양동이에 모아졌다. 한 마리도 못 잡은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잡더라도 씨알(고기 크기)이 작았다. 대회가 종료되고 그중 크기순을 심사한 결과 29.1㎝ 붕어를 잡은 남양유업 천안공장 ‘남양낚시회’의 채영욱씨가 1등을 거머줬다. 2등과는 0.3㎝의 미세한 차이를 보였다. “초반에 잡고는 1등 생각은 못했어요. 보통 이 정도 대회에는 더 큰 붕어들이 나오거든요. 아마 그것 갖고 1등 할 수 있었던 건 날씨 덕 같아요. 고맙죠.”채씨가 남양낚시회에 가입한 건 15년 전. 물론 그 전에도 낚시라면 만사 제쳐놓고 다니는 낚시광이다. 낚시평생 그가 잡은 제일 큰 붕어는 지난해 서천 용재지저수지 밤낚시에서 낚은 37㎝짜리 월척. 지난해와 올해 연속 채씨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거리가 생기고 있어 즐겁다고. 천안 남양유업의 자랑 ‘남양낚시회’“남양낚시회(남양회)가 언제 생겼는지는 모릅니다. 남양유업이 생기고 부터니 30년은 훌쩍 넘었을 거예요.”유태진(49) 남양낚시회 회장은 31명의 회원중 9명이 개인자격으로 출전한 이번 대회에 회원 채영욱 총무가 1등한 것을 몹시 기뻐했다. “채 총무는 1등 할 자격이 있어요. 우리 낚시회에 궂은 일은 도맡아 하며 부지런했거든요. 복받은 거죠.”남양회는 매월 1회 충청지역 내에서 낚시모임을 갖는다. 회원들의 부서가 제각각이다 보니 3교대 부서까지 맞춰 계획을 세우려면 일정잡기가 복잡. 그래도 즐겁게 떠나는 이들에게 언제부터인가 ‘쓰레기 봉투’는 필수품이 돼버렸다. “낚시터에 쓰레기가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말도 못합니다. 죄다 버리고 가는 사람들 뿐이죠. 우리 남양회는 5년전 쯤 낚시 시작과 끝 30분은 쓰레기를 줍자고 의견을 모았죠. 유료낚시터는 관리가 되니까, 이후부터는 무료낚시터만 골라 다녀요. 낚시도 즐기고 쓰레기도 줍고 하는 거죠. 다들 좋아해요.”좋은 뜻을 가지면 일도 풀린다고, 이번 대회때도 시작 전에 유 회장은 8명의 출전회원을 모아놓고 한마디 했다. “1등 상금이 300만원인데 혹시 우리 중에 되면 그중 반은 불우이웃돕기에 내놓기로 합시다” 하고. 일원은 모두 박수로 화답했다. 이 때문인지 낚시대를 드리운지 20분도 안 돼 1등짜리 토종붕어가 잡히면서 결국 상금을 거머줬다. 상금을 반 빼앗겨 아쉽지 않느냐는 기자의 말에 “돈 벌려고 낚시하나요. 오히려 회장님 말 때문에 붕어가 물려준 것 아닌가, 그래서 제게 행운이 온 건 아닌가 생각해요. 도울 수 있다는 게 기뻐요.”이들 남양회 회원들은 천안지역의 유료낚시터가 너무 많고 장사속이 되다 보니 저수지 환경 및 생태계 파괴가 크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한다. 특히 차암동쪽 마정저수지는 토종붕어만 살다 2년전 유료화되면서 토종붕어는 전멸하고 짜장붕어(중국산)만 잡힌다며 지역 내 저수지(낚시터) 관리에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뒤따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