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금석/ 41·한겨레신문 천안지국장
엄금석 한겨레신문 천안지국장은 20년을 한결같이 ‘거꾸로’ 살아왔다. 남들 잠 잘 자정에 잠에서 깨어나 사무실로 출근한다. 새벽 4시까지는 8명의 직원들에게 배달꺼리를 맡긴 후 자신도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4백여부의 배달업무까지 병행한다. 잡무도 많아 이것 저것 처리하다 보면 남들 출근시간대인 7시. 기지개를 한번 펴고 집으로 들어가 달콤한 잠에 빠졌다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근무한다. “오랫동안 적응이 돼서 어려움은 없습니다. 남들 잠 잘 시간에 일하니 오히려 인생을 두배로 사는 거죠.” 92년 한겨레 지국을 인수받았지만 96년경 경향신문과 국민일보를 함께 떠맡았다. 3개 신문을 배달하니 수입과 업무효율성이 나아진 편. 경기불황에 신문부터 끊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버텨나갈 수 있는 힘이 됐다. 천안지국이 맡는 지역은 역전, 천안공고, 터미널 등 일대로 천안 시내 전체의 20%를 조금 웃돈다. 그가 보는 천안은 그동안 많이 변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에 동감한다. 한겨레신문은 독자들의 충성도가 높아 경기불황에도 변화폭이 적고, 경향신문도 파동이 적다는게 그의 분석. “얼마 전 대통령 탄핵사태때는 한겨례를 구독하려는 사람들이 쏟아졌죠. 경향도 신행정수도 위헌결정에 주요중앙지 절독운동이 벌어지며 잠깐 올라갔죠.”신문시장의 변화가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어 일말의 불안감도 갖고 있는 그. 하지만 배운게 이거라며 가능하면 오래도록 지국 운영으로 생활을 영위하겠다는 바람도 가져본다. 을유년 소망을 묻자 그는 “우리같이 새벽을 뛰는 사람들은 올 한해도 아프지 말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또 “한겨레는 의식있는 사람들이 즐겨찾는다”며, “어떤 신문인가 관심을 가져주고, 경기불황이 타개돼 수금받기 수월토록 됐으면 좋겠다”고. 아내와 둘이 단촐하게 사는 엄씨는 “밤낮이 바뀐 삶을 살지만 마음만은 가장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며 평범하게 사는 재미를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