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배(57·육교연탄 판매소장)
경기불황과 고유가에 연탄판매량 2배… 연탄때는 집 찾기 힘들어경기가 불황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허덕이는 건 아닌가 보다. 30년 연탄배달부로 살아온 동갑내기 부부, 김인배·지성관씨는 올해 ‘불황덕’을 톡톡히 봤다.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절약하는 이들이 늘고, 이 때문에 연탄을 주문하는 곳이 늘어난 것이다. 재작년까지는 이들 부부의 한 해 연탄배달은 20만장 정도였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40만장을 넘고 있다. 그러나 “제 일이 늘었다고 해서 많은 이들이 힘들어 하는 경기불황을 좋아할 리 있겠습니까. 일거리가 줄더라도 경기가 좋아지면 좋겠어요”하며 정색한다. 김씨는 10여 년 전만 해도 한 해 100만장을 넘게 배달했다며 당시 좋았던 때를 회상했다. 기자와 만나기로 한 21일(화) 김씨는 아내와 함께 새벽부터 연탄공장이 있는 조치원으로 트럭을 몰았다. 차에 가득 연탄을 실으면 정확히 1천5백장. 이들 연탄을 싣고 배달약속이 있는 병천, 목천을 거쳐 시내를 코스로 잡는다. 시대가 좋아지다 보니 이젠 연탄 때는 집을 찾아보기 힘들다. 천안 시내 통틀어 연탄 때는 집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일 거라는 김씨. 40만장의 연탄배달은 가정집이 아닌 꽃집이나 양계장, 포장마차, 시설재배농가 등에 팔려나간다고 말한다. 연탄수요가 매년 줄다 보니 20여 년을 운영해온 천안 삼천리 연탄공장이 96년 문을 닫았다. 이 시기에 온양공장도 없어지고 수원은 지난해, 평택은 올해 문을 닫았다. “인근에서 가까운 곳은 조치원 공장뿐이죠. 이 때문에 배달부들이 여러 지역에서 몰려들다 보니 줄서서 기다려야 하고, 운반비에 따른 기름값과 시간은 다 허비되는 거예요. 예전에 천안공장이 있을 때는 배달부가 1백여 명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예닐곱 군데만이 남았지요.”김씨는 목천 배달을 마치고 구성동을 거쳐 두정동 포장마차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포장마차가 줄줄이 모여있는 한쪽에 정차한 후 한 포장마차집에 5백장을 옮겨놓는다. 방식은 지게로 16장씩 날르는 옛날방식이다. 30년 생활이 말해주듯 익숙한 몸놀림은 20분도 안 돼 일을 마쳤다. “이 일 하느라 골병 다 들었어요. 이젠 몸도 쓰질 못해요.” 아내 지성관씨는 장정들도 낑낑 댈 일을 거뜬(?)히 끝낸 후 한마디 뱉어내지만 웃는 표정이다. 자녀는 장성해서 출가하고, 두 몸 생활에 큰 돈이 필요할까만은 김씨는 “근력이 닿는 데까지 할 겁니다. 배달도 10월부터 12월 두세 달 장사예요. 나머지는 공사장 등 이런저런 일을 하지요.”사양길에 접어들어 고객 찾기가 힘들다는 이들 부부는 연탄의 계절이 찾아오면 천안뿐 아니라 아산, 당진, 평택, 화성까지 사방 1백리길을 왕래하며 배달 직분에 충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