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수 기자.
시련 뒤에 사람은 두 종류로 변한다. 다시 당하지 않겠다는 ‘자기폐쇄’형이고, 다른 하나는 당한 사람들의 아픔에 동조하고 위하는 ‘자기개방’형이다.
폐쇄는 복수지향이지만 개방은 사랑지향이라는 점에서 똑같은 아픔이 종종 다른 결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며칠 전 천안초 축구부 참사에 희생된 피해학생 부모들이 한 장애시설을 찾았다. 그들은 참사 이후 1년여 동안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었다.
이날은 한 부모가 아기돌을 맞아 뷔페로 점심을 제공했다. 우유 대리점을 한다는 이는 우유봉사로, 닭집을 한다는 이는 맛있는 닭고기를 갖고 시설을 방문했다.
자신들의 아픔을 돌보기도 벅찬 시간이었을 텐데….
한 부모와 얘기를 나누며 아직도 참사의 아픔이 그대로 배어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가끔씩 희생당한 자기 아이의 산소를 찾아 그리움을 달래는 이들. 얼굴 한 켠엔 어두운 그늘이 박혀 있었다.
“창피합니다”란 말 속에 참사에 따른 교육제도 변화는 없이 아이들만 값없이 희생됐다는 자괴감과 분노가 다 삭혀지지 않은 채로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참사 후 소외계층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랑지향’으로 바뀐 것은 모두에게 반가운 일이었다.
사회(교육)제도의 모순으로, 어른들의 잘못된 이기의식으로 희생당한 사람들이 그 같은 아픔의 범주에 있는 사람들을 찾고 돌본다는 것 결코 쉬운 행동이 아니다.
70만 인구가 천안·아산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다.
사람이 많은 만큼 다양한 삶이 표출되고 그 중에는 견디기 힘든 고통 속에 방황하는 이들이 있다. 천안초 축구부 학부모의 생활을 엿보며 모진 아픔이 부디 올바른 삶의 지표를 찾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