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자 | 51·강과 산으로 산악회장“산악회가 산 타는 것만 하란 법 있나요. 더불어 좋은 일도 하면 더 좋겠죠.”‘강과 산으로’란 산악회가 창립된 지 7개월 여.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어느덧 회원만 6백명에 이른다. 사람이 모여 있으니 엉뚱(?)한 생각도 갖게 된 듯. 올해부터 장애인이 모여 사는 ‘사랑의 집(원장 윤보순) 김장담그미’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김장은 57명의 원우들이 겨울내내 맛난 김장김치를 먹을 수 있도록 5백여 포기를 담궜다. 이를 준비하는 시간도 며칠이 소요됐지만 20여 회원들이 지난 18일(목)과 19일(금) 이틀을 꼬박 김장일에 몰두해야 했다. “칭찬거리도 안 되는데…” 하며 박명자 회장은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이 사회가 자신보다는 어려운 이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도움을 줘야 한다는 부분에 공감한다. 넉넉해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평생 가도 돕지 못하는 인간이 되기 십상이다. “우리도 넉넉해서 하는 건 아니에요. 회원 중에는 넉넉한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죠. 각자 사정이 있음에도 ‘그저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된 거죠.”박씨가 주도해 만든 산악회라지만 그도 산악 경력 4년째로, 신참 꼬리표만 뗀 산악인이다. 당뇨와 무릎관절에 이상을 느끼면서 시작한 산행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회원들 상당수가 건강을 되찾으려 시작했는데, 참 신기하죠. 3∼4년 산행하니 골골 하던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니 말이에요.” 산행은 성격도 명랑하게 만들어주나 보다. 허리 한 번 못 펴고 김치 담그느라 중노동을 하는 회원들의 얼굴에 힘든 표정이 없다. 작은 농담도 호탕하게 웃으며, 시종 밝은 모습으로 산더미처럼 쌓인 김장작업을 해치운다. 김장이 거의 다 끝나가며 이들 이마에도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가을바람이 차건만 너무 열심히 일한 까닭이다. “조금 남았으니 힘냅시다” 하는 누군가의 외침에 한쪽에서는 “영차! 영차!” 하며 마지막 힘을 짜낸다. 자신들이 담근 김치를 이들 장애인들이 맛있게 먹어줄 거라는 생각이 즐거움으로 번져 벌써 내년 김장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하는 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