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당혹감과 분노… 있을 수 없는 판결<성문헌법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성문헌법의 간결성과 함축성 때문에 기재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선 관습헌법으로 인정할 소지가 있다. 수도를 정하는 문제는 국가의 정체성을 실체적으로 규정하고 국가의 근간을 정하는 핵심사안이다. 한양이 지난 6백여년간 수도로서 기능해온 점은 역사적 사실이다. 따라서 수도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폐기하기 위해선 헌법 개정절차에 의해야 하며 헌법개정은 국민의 찬반투표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헌법 제130조의 참정권적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된다.>이같은 말은 헌법재판소 결정문 요지를 요약한 것이다. 헌법재판소(소장 윤영철)가 지난 21일(목)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신행정수도건설 추진의 법률적 근거가 사라짐에 따라 사실상 행정수도 이전이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하다. 결정 헌법 72조 국민투표권 침해에 대해 김영일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개진했고, 전효숙 재판관은 국민투표를 요하는 사안이 아니라며 각하 의견을 냈다. 나머지 7명의 재판관은 제130조 국민투표권을 침해했다는 의견을 밝혔다.일각 “헌재 결정은 월권” 주장헌재의 위헌판결은 특별법에 따라 지금까지 진행해온 입지선정과 추진위 설치 등 모든 행정적 조치들이 무효화된다. 위헌결정이 내려졌지만 신행정수도를 다시 추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투표를 거쳐 새로운 법률을 제정해야 하는데, 이를 반대하는 정치 일각과 수도권의 반발이 만만찮아 재추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위헌판정은 지금까지의 갈등보다 더 큰 파장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전략이 차질을 빚게 되기도 하거니와 충청권 지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도권과 충청권의 희비가 교차하며 자칫 국론분열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이 우려돼 귀추가 주목된다. 이정원 천안시의장은 이번 판결에 “당혹감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면서 “국가 중대사라 해도 국민투표가 반드시 필요할 순 없지 않느냐. 자칫 국론분열로 치닫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 대처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충남자치분권연구소 김영수 사무처장은 “헌재가 성문헌법에 명시돼 있지 않은 것을 관습헌법에 적용, 판결한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라며 “성문헌법 외의 내용은 헌재가 아닌 입법기관에서 처리할 문제”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천안시는 신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도시계획 전략과 도시 교통망 수립이 준비단계에 있던 때라 이번 발표로 큰 소동은 없는 듯. 시 관계자는 “다만 중·장기적인 비전이 이번 신행정수도 이전의 헌재 위헌판결로 변화될 수 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