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 높은 고전발레의 진수, 지방팬들 기대 커낮에는 마법에 걸려 백조로 변하는 오데트 공주와 그녀를 구하려는 지그프리트 왕자, 그리고 이들을 지배하려는 악마의 싸움. 동화속 이야기 ‘백조의 호수’의 줄거리다. 백조의 호수는 동화보다 고전발레의 대명사로 더욱 알려져 왔다. 특히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발레작품으로 자리매김된 지 오래. 궁중 무도회의 화려한 춤과 스물 네 마리의 백조들이 차이코프스키의 극적인 음악에 맞춰 추는 환상적인 춤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지만 우아하고 청초한 백조 오데트와 요염하고 도발적인 흑조 오딜의 춤은 ‘백조의 호수’ 공연의 압권이다. 지난 8월 해외공연에서 각광을 받기도 한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가 오는 16일(토)과 17일(일) 천안 문예회관에서 두 차례 공연을 준비중이다. 그동안 고전발레 공연에 목말라온 천안·아산지역의 발레 팬들에게 70여명이 출연하는 국립발레단의 천안공연은 고전발레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 ‘명성 그대로’유려한 차이코프스키의 음악과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는 수많은 안무가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무대에 올려지는 결과를 나았다. 이중 악마와 왕자의 치열한 대결구도로 운명과 사랑을 엮어내는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볼쇼이 버전만큼 극적인 발레는 없었다는 평이다. 그가 ‘스파프타쿠스’나 ‘호두까기 인형’에서 보여줬던 화려한 볼거리의 특기는 이번 백조의 호수에서도 유감 없이 발휘되고 있다. 주역의 춤이나 백조 군무 못지 않게 악마와 남성의 2인무, 광대의 42회전, 궁정의 왈츠군무, 그리고 러시안 춤과 더욱 보강된 민속춤의 묘미는 관객들에게 많은 박수를 받는 부분이다. 1963년 37세의 젊은 나이로 볼쇼이 발레단의 예술감독이 된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는 백조의 호수란 동화에서 단순한 악마에 불과했던 로트바르트를 천재적인 존재로 묘사해 무용수들에게 더욱 심리묘사에 충실한 연기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가 1969년 재안무한 백조의 호수는 익히 봐왔던 러시아 키로프 발레단이나 영국 로열발레단 등의 백조의 호수라는 내용이나 안무 스타일이 매우 다르다. 악한 마법사로서만 표현돼온 것이 그의 버전에서는 지그프리트 왕자의 또다른 내면, 즉 ‘악의 근성’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한 면과 사랑을 상징하는 지그프리트 왕자와 백조 오데트, 악한 면과 운명을 상징하는 악마와 흑조 오딜의 상반된 인간 성향이 무대 위에 놓이지만 관객들은 선악을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이 둘은 인간 누구나가 갖고 있는 본성의 일면이기에. 비극과 해피엔딩이라는 두 가지 결말에서 국립발레단은 관객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해피엔딩을 택했고, 안무가는 이를 위해 차이코프스키 음악의 빠르고 경쾌한 풍을 살리는 방향으로 악보를 전면 재편집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발레의 유래는 ‘궁정춤’- 발레란 용어는 춤추다(dan ce) 의 뜻을 지닌 이태리어 ‘발라르(ball are)’와 무도장(ballroom)에서 주어지는 춤을 지칭하는 ‘발로(ballo)’에서 유래됐다. 그러나 발로의 애칭인 ‘발레띠(balleti)’가 발레단어 직접적인 근원이라 할 수 있다. 즉 발레는 르네상스때 추어진 사교무용인 궁정춤에서 유래됐다. 이것을 16세기 중반쯤 프랑스 사람들이 발리나 발레띠 등 여러 말들을 연희에서 추어지는 춤 등을 의미하는 ‘발레’로 통칭해 이름을 붙였다. 당시 발레는 행진의 입장식과 여러 이야기들를 마임제스처로 전달하는 막간극. 그리고 여러 커풀들 춤과 뒤이은 행렬식의 그랑발레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