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특성화 문화발굴 육성을 위한 문화대토론회가 14일(화) 충남대학교 백마홀에서 열린 가운데 천안문화원의 이정우 사무국장(사진 가운데)이 사회를 보고 있다.
2004 문화분권 학술세미나
지역문화 자생적 창조력의 근원, 기존 문화 성찰도 필요
‘문화 분권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문화 분권시대에 접어들며 지역의 특성화된 문화를 발굴·육성하자는 취지의 대토론회가 지난 14일(화) 오후 2시 충남대학교 백마홀에서 개최됐다.
전국문화원연합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크게 ‘지역 특성화를 위한 문화분권’, ‘충청지역, 선비문화의 특성화 방안’, ‘지역의 역사적 특성을 담은 축제개발 방안’, ‘문화특성화를 위한 지역문화단체의 역할’이란 4가지 주제를 놓고 장시간에 걸친 의견이 교환됐다.
특히 문화분권과 지역문화단체의 역할에 대해서 방청객들의 관심이 높았다.
한편 문화관광부는 지난 5월 국무회의 보고를 통해 ‘지역문화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보조금 지원 등으로 전문인력 채용 확대 ▶지방문화원·지방대학을 지역문화발전의 원동력으로 육성 ▶문화시설간의 네크워크화로 1천2백여개의 우수 프로그램 지원 등의 핵심내용을 담고 있다.
문화분권은 전문인력 양성으로
문화분권에 대한 발제는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이원태 연구위원이 심도깊은 내용을 쏟아놔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누구나 문화적 삶의 권리를 갖고 있으나 현실은 사는 곳의 차이나 개인 역량, 경제적 수준에 따라 차별이 있어왔다고 지적한 이 위원은 그것이 ‘중앙공급식 문화정책의 폐해’로 보았다.
그에 따르면 문화는 자생적 창조력을 갖춘 다음에야 육성책이나 진흥사업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지역문화 발전의 단초는 ‘전문인력 양성’이다.
현재 공공부문의 문화행정 교육기관은 문예진흥원 연수원이 유일하다. 일부 기관의 문화 프로그램이 있지만 소양교육 정도에 그치고 있다.
반면 민간부문은 적지 않은 인원이 교육과정을 밟고 있다. 서울 16개를 비롯해 경기권 2개, 충청권 4개, 기타지역 4개이며 문화예술에 대한 관련학과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인력 채용이나 사회여건이 열악해 전문화, 직업화의 수준이 낮은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이 위원은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키 위해서는 전국의 문화시설에 전문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중앙교육기관 등과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위원의 발제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장영석 부여문화원장은 17개소가 있는 서울 소재 미술관에 비해 충남도는 단 한 개의 미술관도 없는 실정을 거듭 강조하며 “하지만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칫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또 ‘디트뉴스 24’의 김선미 편집위원은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을 통해 문화분권이 법적으로 뒷받침돼야 할 것”임을 밝혔다.
지역문화, 기존문화 성찰에서 출발
문화분권에 대해 지역문화단체의 역할은 뭘까.
발제자인 대전발전연구원 정선기 연구위원은 ‘기존 문화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속가능을 지향하는 문화정책을 발전시키려면 우선 기존의 부정적인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존 문화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정부의 문화진흥 정책의 비중이 처음 ‘순수예술문화’에서 ‘문화복지’, ‘문화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국민의 정부가 주로 문화기반시설 확충과 문화콘텐츠 산업의 육성에 매달렸다면 참여정부는 문화적 수요의 다양화와 지역문화의 분권화, 산업과 예술의 균형적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문화민주주의 시각은 문화의 성격 자체가 기본적으로 ‘다양성’과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 때문이라고.
정 위원은 “개성적·창조적인 지역문화는 지역사회를 활성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자 동시에 지역민의 삶의 질을 제고할 주요 자본으로 인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래의 문화예술단체가 주로 ‘예총’과 같은 전문예술인 중심의 단체라는 의미가 강했다면 앞으로는 ‘문화연대’와 같은 대안적 문화운동단체의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문화연대는 99년 창립된 문화 NGO 단체로, 현재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수의 진보적 창작자와 지식인을 포함해 1천4백여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위대한 작가의 작품보다는 다수의 문화예술가들이 자신들의 창작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과 시민들의 문화적 권리 확보, 반문화적 환경 개선, 시민자치문화 활성화 등을 중요 실천과제로 삼고 있다.
발제 토론자로 나선 조성남 대전 중구문화원장은 “문화단체 상호간의 네트워크와 지역문화 활동가를 키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최호택 배재대 교수는 “지자체는 문화예술의 관리능력과 시민의식 함양, 지역간 문화교류 등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