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다.
내적으로 ‘독서’를 부추기고, 외적으로 ‘단풍놀이’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때마침 유인순(48)씨가 <세월만큼 열정>이란 제목의 수필집을 출간했다.
91년 천안문인협회 주최의 백일장에 장원을 하면서 시작된 문학활동이 95년 조선문학 신인상의 영예를 안으며 한국 문단을 두드렸다.
“당시는 내게 있어 인생의 전환점이랄 수 있습니다. 그 해 2월 가정주부에서 보험회사 설계사로 사회일선에 나선 때였고, 10월 생전 처음 참가한 백일장에 덜컥 장원한 것이었죠.”
이후로 무척 바쁜 시간을 보냈다. 한 번 손댄 직장이니 성격상 대충 꾸려갈 순 없었다. 93년 방송통신대학 국문과에 입학했다. 좀 더 글쓰는 방법을 배워보자는 생각이었다.
이번 ‘열정’은 그의 첫 수필집이다. 12년동안 써왔던 작품들을 모아놓은 것이지만, 원석을 갈아 보석을 만들 듯 새롭게 고치고 다듬었다.
작품에 담긴 소재는 주로 ‘그리움’이다.
“어린 시절엔 밭 갈고 농약 주는 시골소녀였고, 커가면서 힘든 시골생활에 반감도 가졌죠.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소중한 그리움으로 승화된 것 같아요. 차를 타고 가면서 들판을 쳐다봐도 옛날 생각이 주마등처럼 떠올라요. 그런 내용을 담았습니다.”
작품은 현실의 작은 소재에서 과거시절로 연계되고, 당시 직접 체험하고 느꼈던 것들이 군더더기 없는 청아한 필체로 서술되고 있다. 가족들과 그를 아는 사람들은 수필집에서 그의 과거를 들춰보고 공감한다.
그의 정직한 과거가 작품에 묻어있는 것이다.
“첫 수필집이 과거로 귀향하고 있다면 다음 수필집은 현상에 대한 객관적 견해를 담고 싶어요. 특히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려고 하는데, 사람을 상대로 하는 내 직업(뉴욕생명 천안지점장) 때문이기도 하지만 글쓰기에 도움되려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가 하는 일, 하려는 일들을 보면 다분히 ‘탤런트’다. 8년 전부터 시작한 그림이 큰 대회에 입상하는 실력이고, 영어, 피아노, 장구 등 닥치는 대로 배우는 평생학습의 스타일을 갖고 있다.
“무리하는 건 아니에요. 바쁘다는 건 시간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달렸다고 봐요. 난 잠도 7시간씩이나 자는 걸요. 바쁘다는 사람은 많지만 우왕좌왕해서 바쁜 거지, 계획적으로 사는 사람은 몇 가지 일을 해도 항상 여유가 있죠.”
그는 물리적 시간보다는 정신적 시간을, 양적인 삶보다 질적인 삶에 충실하고 싶단다. 가정생활에 소홀할 수도 있건만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건다'는 말 속에 그의 성실한 인생관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