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곡마단 서커스, 추억의 노래에 환상의 춤까지
가을이 왔다. 여름이 무더위로 심신을 지치게 했다면, 가을은 선선함과 풍성함으로 마음과 몸을 살찌우게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특히 옛 추억이 젖어오는 한편의 공연 관람은 ‘풍광 좋은 가을산행’과 견줘도 손색없을 듯.
때마침 천안에 볼만한 공연이 들어왔다. 시 문예회관이 민속명절 추석을 맞이해 고심 끝에 선택한 ‘곡예사의 첫사랑’이 그것이다.
조광희 관장은 “어른들께는 추억과 감동을, 젊은 세대에겐 순수한 우리의 옛 예술공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것” 이라며 지방의 문화예술 선양에 시민들의 관심과 동참을 촉구했다.
오는 19일(일) 오후 3시와 7시, 장소는 유관순 실내체육관이며 입장료는 1만5000원으로 타 지역보다 2배 가량 저렴하다.
공연문의는 ☎582-4518, 550-2548.
#60년대 유랑극단… 추억 속으로
때는 1960년 4월17일. 용산시장 언덕빼기 곡마단에서 일어나는 3일간의 이야기가 1백50분간 ‘짠’하게 펼쳐진다.
울고, 웃고, 분노하고, 박수치는 속에 우리도 어느덧 60년대 시절로 돌아갈 것임을 장담한다는 게 서울공연을 관람한 이의 전언.
멋진 공연임을 알기엔 출연진의 면면에서도 엿볼 수 있다. 국립극단, 연희단 거리패 외에도 동춘곡예 예술단이 함께 한다. 나이 30대 중반이면 아직도 향수속의 인물로 남아있는 남 철(71)·남성남(74) 콤비, 백조가극단 소녀가수겸 배우인 원희옥(68), 시대 마지막 악극전문 MC겸 배우로 활동한 김태랑 등이 특별 출연해 감동을 더하고 있다.
공연이 더욱 재미있을 것은 이번 작품이 ‘서커스 악극’ 이라는데 있다. 동춘곡예단들의 기상천외한 공중곡예, 마술, 차력 등 20여 종의 서커스와 옛 악극 스타들의 만담, 극 속에 등장하는 추억의 50년대 가요 16곡이 선사된다. 캉캉, 자이브 등 현란한 춤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예술성과 대중성 ‘으뜸’
‘21세기에도 여전히 연극이 존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아마 유랑극단의 모습일 것이다.’
타데우스 칸토르는 인간 내면의 정서를 가장 민감하게 자극하는 것이 유랑극단이라 예찬한 바 있다.
60년대만 해도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곡예사의 첫사랑.’ 하지만 상업주의와 연결된 시대에 접어들며 이같은 유랑극단의 모습이 현대사회에 들어서는 명맥을 유지하기 조차 힘든 상황이다.
다행히 옛 유고슬라비아의 작가 ‘류보미르 시모비치’의 <유랑극단>을 원작으로 해 2004년 공연언어에 맞게 재창조 됐다.
이 곡예사의 첫사랑은 이렇게 예술성과 대중성을 함께 모색한 작품으로 태어났다.
곡예사의 첫사랑은 기획단계부터 야외와 순회공연을 고려해 제작된 작품이다. 국립극장에서는 극장 입구에 곡마단 형식의 입간판을 세우고 서커스 유랑극단의 기분을 내는가 하면, 경기도 문화의전당에서는 야외에 천막극장을 세워 장터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대중극 복원에 연극인생의 명예를 걸겠다고 장담하는 연출가 이윤택(52)씨는 “유랑극단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서 공연을 펼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