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근/59/천안 원성동
환경파괴로 멸종돼 가는 동?식물이 점차 늘고 있다. 흔하던 맹꽁이가 이미 3년 전 보호종으로 분류됐으니 심각성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사라져가는 것은 인간정서도 마찬가지. 이웃사촌이란 말이 무색해졌다. 고층아파트로 둘러싸인 도심지에 이젠 ‘이웃’이 없다. 일각에서는 인간정서를 살리는 길이 결국 물질만능주의 사회를 극복하는 길임을 깨닫고 정서에 도움되는 활동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천안에서는 김창근씨가 ‘평화의 편지방’이란 이름으로 활동을 개시해 주목된다.
‘편지 할아버지’ 되고파
“편지는 자신의 마음을 담는 거에요. 그래서 마음의 병을 치유해 주는 힘을 갖고 있죠.” ‘따스한 인간’으로 만드는 데 편지만큼 좋은 게 없다는 김창근씨는 최근 ‘평화의 편지방(☎010-3033-6085)’을 냈다. 오프라인의 순수한 편지모임이며, 남녀노소 누구나 환영한다. 편지방을 통해 서로의 삶과 생각을 교류하다 보면 마음의 불필요한 찌꺼기들이 빠져나가고, 부수적으로 논리가 개발되는 값진 장점들이 많다고 주장한다.
어릴적부터 편지와 관련한 그의 애정은 사뭇 각별하다. 글쓰기를 좋아하다 보니 서체가 세련돼지고, 더더욱 글솜씨를 뽐내고 싶어 편지를 쓰게 됐다는 그. 덕분에 78년 제42회 세계사격선수권대회와 94년 세계선교대회 때는 홍보담당을 맡기도 했다. “아내도 펜팔로 맺어진 인연이죠. 당시 농촌총각이 서울 부잣집 딸과 사귀는 게 어디 쉽겠어요. 아내 이모부되는 분이 제 글을 보시고 ‘이렇게 잘 쓰는 사람은 한 번 만나봐라’하며 권유해 결혼까지 성사된 거죠.”
편지쓰는 손은 ‘밖에 나와 있는 뇌’라는 옛 성현의 말을 인용하며 20년이 훌쩍 넘어버린 빛바랜 편지들이 집안에 가득하다. 70년 11월8일자로 창간된 독서신문도 파일에 깨끗하게 스크랩 돼있다. 자신의 기고글도 몇 편 들어있다고 자랑이다. 필리핀을 다녀온 기행문도 한 교회회보에 실렸다.
“그런데 인터넷을 검색해보고 별별 곳을 다 뒤져봐도 마땅한 펜팔모임이 없더라고요. 제 주변에도 편지 좀 왕래하자면 손사래 먼저 칩니다. 제작년 경주에 갔다가 한 노인분을 만나 편지를 교류키로 마음이 통했는데 얼마 안 돼 돌아가셨습니다.”
글과 그림을 잘 그린 덕에 차트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도 해봤고 서울과 외국의 워커힐 홍보원을 거쳐 당시 박정희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되는 브리핑을 만드는 보안사령부 차트사까지 된 그.
“전 시간이 아까와서 TV와 라디오도 안 듣습니다. 대신 틈만 나면 책을 읽죠. 누구든 편지방을 두드리세요. 삶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곳이 될 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답장은 신속하게 갈 거라는데 있죠. 목적지까지 빠르고 정확히 모셔주는 게 운전기사인 제 일이듯 편지답장도 그렇게 전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