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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투표? 결코 상식적이지 않다

등록일 2020년06월0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일봉공원특례사업과 관련한 주민투표를 보면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직권상정한 시장도, 이를 추진하고 있는 시행정도, 이를 통과시켜준 의회도, 통과를 바라는 시민단체도 모두 ‘얼’이 빠졌다. 그나마 5대 1로 부결시킨 의회 경제산업위원회만 현실적으로 냉정하다.

이건 어느 쪽을 편들거나 ‘주민투표’ 자체에 찬반의견을 내세우는 게 아니다. ‘주민투표안’에 대한 시행정의 입장을 들어보면 쉽게 이해가 가는 이야기다.

그간 일봉산 전체를 보존할 거냐, 아니면 일부를 개발로 인해 훼손시킬 거냐를 놓고 대립해온 사안이다. 갈등이 심해지다 보니 시는 주민투표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대측은 일봉산 전체를 보존할 기회가 어렵게 찾아왔다며 ‘주민투표’를 반겼다.

그런데 실상 주민투표는 성립될 수 없다. 전체보존을 위한 반대결과가 나와도 시는 여전히 ‘전체를 보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시는 이같은 답변을 지역언론에서도 밝혔고, 의회 경제산업위원회에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주민투표에서 전체보존을 지지하는 반대결과가 나오면 찬성에 따른 30% 개발이득을 내주는 것보다 더욱 심한 일봉산의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멀쩡히 잘 추진해온 사업을 무산시켰으니 사업 추진업체가 청구할 손해배상액은 최소 수백억이며 이 예산은 천안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도 이상한 것은 반대측이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거칠게 항의하며 “주민투표에서 우리가 이긴다면 일봉산 전체보존을 지키겠다고 약조하라. 이는 주민투표의 당연한 권리다”라며 촉구해야 하는데 말이다.

만약 어느 형제가 사탕 하나를 두고 서로 먹겠다고 싸우다가 가위바위보를 해서 결정하기로 했다 치자. 그런데 형이 “내가 이기면 내가 먹고, 네가 이겨도 이 사탕은 너에게 주지 않을 거야”라고 했는데도 동생이 가위바위보만 해달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럼 가위바위보는 뭐하러 해” 하며 따지는 게 당연한 반응이다.

천안시장은 이를 알면서도 주민투표를 직권상정했고, 시는 ‘훼손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주민투표 절차를 밟는다. 의회 경제산업위원회는 당연히 이런 주민투표는 말이 안된다며 부결시켰지만, 의회 전체의원들은 투표를 통해 다시 이를 뒤집었다.

주민투표에 붙여져 찬성이 많으면 30% 훼손을, 반대가 많으면 30%보다 더 많은 훼손이 이뤄질 거라는 시행정의 명확한 답변을 들었으면서도 대체 이들은 왜 주민투표를 강행하는 것일까.

반대측은 이렇게라도 주민투표 기회를 활용해 좋은 결과를 만든 후, 전체보존 투쟁을 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그런데도 7억원도 넘는 예산을 들여 상식적이지 않은 ‘주민투표’가 진행되려는 것은 참으로 어이가 없다.  

 

편집국장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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