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동 구룡리 공동묘지에는 매년 5?6명의 행려사망자 무덤이 생기고 있다.
‘살아서는 낙엽처럼 이 거리 저 거리 뒹굴더니, 죽어서야 한 평짜리 나의 집(관)이 생기는 구나.’
연말이 다가오며 송년회다 모임이다 불야성을 이루며 흥청거리는 거리들.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퍼지고 각종 반짝이는 장식들이 곳곳에 화려한 치장을 펼쳐 놓는다. 한쪽에선 자선냄비가 있음을 알리고 간혹 사람들의 동전이 냄비 속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이 마저도 어쩌면 가진 자들로부터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아닌가.
지난 10월11일 또 한 명의 행려자가 천안에서 한많은 생을 마감했다. 당년 62세이고 보면 노인 자격도 안 되는 장년기에 쓰러진 것. 그의 전 주소로는 연기 전동리의 양지마을로, 행려자들의 고향으로 불리워지는 곳이었다.
행려자들에게 있어 휘황한 도시는 하나의 거대한 무인도일 뿐이다. 그렇기에 혼자 살다가 지치거나 외로우면 특별한 병명도 없이 영원한 잠에 깃든다.
구룡동 구룡리 39번지 1만7천평의 공동묘지 한쪽에는 이들 행려자들만의 무덤이 있다. 일반 묘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고 이후 돌보는 이도 없다. 묘비라고는 나무조각 하나에 묻힌 날짜만 엉성하니 적혀있을 뿐. 최근 이곳에 묻힌 백모씨도 시의 50여만원 혜택을 입고 죽어서야 몸 누일 공간을 얻었다.
관내에서 발생하는 행려사망자는 매년 5, 6건. 그러나 올해는 12건이 발생, 더불어 사는 사회에 적신호를 던져주고 있다.
시는 행려사망자 10명에 대한 내년도 7백30만원의 예산을 세워 놓고 있다.
시 사회복지과 임환철씨는 “천안이 교통의 중심지일 뿐 아니라 행려자들의 도시이기도 한 것 같다”며 “발견시 천안의료원 등과의 연계를 통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복지현실은 아직도 열악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행려사망자 10명 중 한두명이 연고자가 나타나고 있지만 나머지는 혼자 살다 혼자 죽는 ‘나홀로 삶.’ 2002년 연말은 주위의 어려운 이웃에게 한번 더 관심을 가져주고 사랑을 전해주는 ‘함께 하는 삶’을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