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방치돼온 홍대용 선생 생가복원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18세기 후반, 청나라를 비롯해 외래문물을 적극 수용하자는 ‘북학파(北學派)’의 선구자, 담헌 홍대용 선생(1731∼1783).
박지원, 박제가, 이덕무 등 당대 실학자들과 사귀면서 학문과 예술을 논하고 나라의 현실을 걱정했고 중용하고자 했던 조정의 뜻도 마다하고 한사코 야인으로 남아 후학을 위해 열정을 불살랐던 사람.
청나라 견문을 통해 서구문물을 배우고 을병연행록, 의산문답, 담헌설총 등을 집필, ‘신사고’를 널리 알렸던 사람. 또한 신분제도 개혁을 위해 과거제 폐지, 모든 아동의 교육 필요성을 언급한 사람. 그러나 2백년이 지나도록 홍대용 선생의 생가(수신면 장산리)가 방치돼 흠모하는 후학들의 아쉬움이 크다.
장산리 마을 한 켠에 생가임을 알리는 표석이 유일할 뿐, 잡풀만이 무성한 생가터. 끝자락에 주춧돌 십여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지만 그것으로 생가임을 느끼기란 낯설기만 하다.
현재 홍대용 선생의 생가 복원사업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이는 이 마을 정상용(77)씨와 이완희 시의원, 그리고 최근 부임한 정완식 수신면장이 있다.
이완희 시의원은 “홍대용 선생은 다른 몇몇 인물들과 함께 천안 역사의 뿌리다. 지역이 발전하자면 역사를 보전?발전시켜야 함이 당연한데 홍대용 생가를 찾는 이들에게 잡초만을 보여줘서야 부끄럽지 않겠는가”라며 시행정을 꼬집었다.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정상용(78)씨도 “홍대용 선생은 장산리와 수신면, 더 나아가 천안시의 자랑”이라며 “이 지역민뿐 아니라 홍대용 선생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고자 하는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생가복원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도 최근 이 같은 홍대용 생가 복원사업에 관심을 나타내며 지난 6일(수) 현지확인, 11일(월) 충남도에 국도비 지원관계 질의에 이어 17일(일) 7억5천만원의 도비지원을 신청해 놓고 있다.
시 문화체육담당관의 노대흥씨는 “앞으로 ‘고증확보’ 등을 통해 생가복원사업에 차질없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홍대용 선생 6대손인 홍승혁(71)씨에 따르면 국?내외 학계에서 간간이 찾아오고 있으며 그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가와 하루희사 동경대 교수도 20년 전부터 홍대용 선생을 연구하며 학술회도 개최하는 등 그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머지 않아 홍대용 생가가 복원되면 전국적으로 그의 역사적 흔적을 찾아 방문하는 이들의 발길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