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고용노동부장관이 기초고용질서를 위해서 국회에 제출돼 있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빨리 처리해 달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사업주를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하던 것을 ’행정처분‘(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을 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렇게 변경하는 게 과연 기초고용질서를 강화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A.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고용노동부장관은 형사처벌(징역 또는 벌금)을 행정처분(과태료)으로 바꾸면, 재판을 거쳐야 하는 형사처벌과 달리 행정처분은 행정당국의 신속한 제재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기초고용질서가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렇게 하면 해결될 것으로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요?
형사처벌은 전과기록이 남는 ‘형벌’이지만 행정처분은 돈만 내면 그만인 ‘질서벌’입니다. 최저임금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해도 소액인 경우가 많아 근로감독관이 적당히 합의시키고 신고사건을 종결하거나, 합의가 되지 않아 검찰로 송치되더라도 벌금만 낼 뿐 징역형을 사는 사업주는 거의 전무합니다. 근로감독관 출신의 어떤 의원은 공식석상에서 청소년한테는 최저임금을 똑같이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망발을 해서 빈축을 사기도 합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청소년은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고, 최저임금을 주는 편의점 사장님은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착한사장님으로 취급받는 웃지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부당해고에 관한 형사처벌 조항을 행정처분 조항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런데 부당해고가 줄었다는 소리를 아직 들어보질 못했습니다.
헌법에 명시돼 있는 최저임금조차 준수되지 않고 있는 원인은 사업주에 대한 제재가 신속히 이루어지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최저임금 등 노동기본권에 대한 우리 사회의 낮은 인식수준에서 찾아야 합니다. 노동인권에 대한 인식이 낮은 사회에서는 사업주의 인권불감증과 정부의 안일한 행정, 그리고 노동자의 권리의식이 저하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현 정부 들어서 사용하고 있는 ‘기초고용질서’라는 표현도 이러한 현상이 반영된 것입니다.
노동인권실현이 헌법과 노동관계법에 담겨 있는 노동과 노동인권의 올바른 가치를 노동을 하는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을 통해서 실현하려는 관점의 표현이라면, 기초고용질서는 노동인권의 문제를 노동을 구매하는 사용자가 노동자를 질서 있게 고용하면 해결되는 문제로 치환해 노동자를 대상화하려는 관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진보교육감이 탄생한 광역시도교육청에서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노동법과 노동인권교육을 비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우리나라도 일찍이 자본주의가 발달한 다른 나라들처럼 하루빨리 노동법과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이 정규교과목으로 개설돼 노동인권에 대한 사회인식을 바로잡고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완화되기를 기대합니다.
김민호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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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 김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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