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전국 자치단체장을 대상으로 공약실천계획서 평가결과를 밝혀 관심을 모았다. 천안과 아산은 다행히 ‘최우수(SA)’ 평가를 받았다. 전국 76개 시중 12개곳만 최우수를 받았으니 전체에서 16% 안에 드는 상위권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처음 등장했으니, 올해로 10년째가 된다.
천안의 경우 2006년부터 ‘공약평가단’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에 따라 ‘매니페스토’에 대한 천안시의 이행관심이 높은 편이다.
민선6기 구본영 시장 또한 2014년 7월 임기를 시작한 후 두달만인 9월 시청 대회의실에서 각계각층 68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약사업추진 실천보고회’를 갖고, ‘공약사업추진 시민평가단’ 30명에 대해 위촉장을 전달했다. 시장이 앞장서서 매니페스토에 의한 공약이행 정도를 점검하고, 시민평가단을 통해 공약사항 실천계획을 검토해 나간다는 구상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구 시장은 “시민평가위원들이 다양한 의견과 토론을 통해 최종공약을 확정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인사했지만 구 시장이 내놓은 99개 공약이 큰 변화없이 그대로 확정됐다.
천안과 아산의 ‘매니페스토 평가 최우수’는 자랑할 만한 일임에 이견이 없다. 다만 이것으로 공약이 잘 지켜질 거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공약실천계획서 평가’라는 말처럼 준비를 잘 마치고 이제 출발선에 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천안은 구본영 시장이 선거때 만들어낸 99개 공약이 그대로 ‘99개 공약사업’으로 추진된다. ‘날 것’으로 들어왔음에도 100% 수용자세를 보인 천안시. 권력의 꼭대기에 앉은 시장의 공약사항이니 누가 흠집을 내겠는가 싶기도 하다. 조금은 뒤틀고 보완했을지언정 냉철하게 걸러진 공약은 아닐 거라는 게 다듬어진 공약자료 곳곳에서, 또한 담당공무원들의 관련 시각에서 보여진다.
관계당사자들의 이행서류는 말그대로 ‘서류’일 뿐이다. 공약사항 하나하나 정말 필요한지를 따져보고, 관련법규나 재정상태를 확인하며, 시민사회 많은 의견을 조율해 최적합화된 정책사업을 찾아내고 실행하는 일련의 일들이 실상 가능한 일인가.
후보 때 날 것으로 정해놓은 공약들. 구렁이 담 넘듯 관계부서를 거쳐 추진되고, 취지나 효율성을 담보했는지를 떠나 이행여부만을 체크하는 식의 결과물이 만들어지고 있진 않은지 다시 한 번 주의깊게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