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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국가 중심 사회, '촌티' 가득한 지역언론 키워라"

신문의 날에 되새겨 본 장호순 교수의 ‘지역 사회와 언론’

등록일 2015년04월1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신문의 날을 앞두고 지역 언론에 대한 꼼꼼한 분석과 묵직한 고민을 제시하는 책이 나왔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쓴 <지역사회와 언론>이다. 지난 7일은 신문의 날이었다. 신문의 사명과 책임 등을 자각하고 강조하기 위해 1896년 창간된 <독립신문>을 기념해 정했다. <독립신문>은 지역신문이다.

신문의 날을 앞두고 지역 언론에 대한 꼼꼼한 분석과 묵직한 고민을 제시하는 책이 나왔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쓴 <지역사회와 언론>(주변인과 문학, 275쪽, 1만3000원)이다.

장 교수는 자타가 인정하는 지역 언론 전문가다. 특히 풀뿌리 주간지역신문에 대한 그의 관심과 연구는 독보적이다. <작은 언론이 희망이다>, <지역공동체신문>(번역) 등은 풀뿌리 언론인들의 교과서다. <지역사회와 언론>에도 지역 언론에 대한 그의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그만큼 날선 비판도 담겨 있다. 

그는 서문을 통해 "지역 사회와 지방자치에 필요한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는 언론은 지역 언론 뿐"이라며 "그 기반이 지역사회에 있는 지역 언론은 변치 않고 존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는 "대다수 지역 언론은 지역사회와 유리된 채 '그들만의 언론'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의 설명처럼 이 책은 "왜 지역 언론이 '그들만의 언론'으로 전락했는지, 왜 '우리들의 언론'으로 만들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의 지역 언론을 중심에 두고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국내와 해외사례를 입체적 분석"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여전히 국가 중심 사회다. 개인의 사고방식도 철저히 국가 중심적이다. 인간, 사람, 주민, 시민이라는 단어보다는 '국민'이라는 단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지역을 무시하기는 보수나 진보 모두 마찬가지다... 국가권력의 독점과 전횡을 막는 장치인 지역분권과 지방자치가 크게 미흡하다."

그는 "수도권은 과밀화로, 지방은 과소화로 양자 모두 지역공동체의 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정책 또한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결국 지역 여론 형성과 대안 모색의 소통구조의 주된 역할로 지역 언론을 꼽는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한국 신문의 90%가, 방송 프로그램의 90%가 서울에서 제작되고 신문지면과 TV화면의 대부분은 서울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채워진다... 지역 언론도 지역사회에선 큰 골칫거리이다. 건강하고 우수한 지역신문은 드물고, 언론이라고 간주할 수 없는 지역신문이 범람하고 있다. 중앙언론의 과잉, 지역 언론의 부재 혹은 부실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이나 모순의 희생자들은 지역주민들이다."

이 책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1382개(2011년 기준)의 신문이 전국 각지에서 발행된다. 전국일간지 발행부수 비율은 13%에 그치고 지역일간지 비율은 87%를 차지한다. 지역 주간지들은 신문사 규모는 작지만 수익률이 높아 투자자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유럽연합 회원국 1개국 내에서 발행되는 전국지는 시장의 40.5%(3230만부)를 점유하는 반면 지역신문은 53.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지역신문 독자점유율은 전국일간지의 10분위 1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지역 언론이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

장 교수는 한국에서 지역 언론이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를 "지역을 억압하고 무시해온 과거 지방통치체제의 역사적 결과물"이라고 단언한다. 조선왕조, 일제식민지, 해방 이후 분단과 근대화 과정, 민주화 이후로 나눠 '자치'의 역사를 분석하고 있다.

그가 충남의 사례를 통해 들여다 본 지역 언론 현황은 암울하다.

"언론의 측면에서 충남도민들은 주권을 상실한 식민지 백성이나 다름없다. 충남도 내에서 제작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비용은 특히 미미하다. 전국 총액이 5975억원인데 그 중 충남도 내에서 지출되는 제작비용은 3700만원(0.01%)에 불과하다. 신문의 경우에도 대전소재 일간 신문사들이 제작한 신문들이 충남도 전역에 배포되고 있다. 소규모 지역주간신문과 인터넷신문은 본연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은 얘기는 지역 언론의 중요성과 현실적 문제점과 원인에 대한 분석이다. 나아가 이를 극복할 방안이다. 그는 이 책의 말미에서 이렇게 밝혔다.

"2012년 학생들에게 '착한 신문 찾기'를 새로운 수업 과제로 정했다. 중앙일간지에만 익숙한 학생들은 전국 각지에서 수백 개의 지역신문이 매주 발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학생들은 대부분 지역신문이 '착한 신문'임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일반 신문사 홈페이지를 도배하는 선정적, 사기성 광고가 지역신문 홈페이지에는 거의 없었다. 최종점수를 집계한 결과 선정된 신문은 모두 '촌티' 가득한 신문이었다."

이 책은 그의 철학답게 서울이 아닌 지역에 있는 지역 언론인 양산시민신문사 출판팀에서 발행됐다.

충남지역언론연합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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