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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부터 식모살이 고생했지만 홀로 맞은 쓸쓸한 노년

7개월 밀린 집세와 무릎상태 호전만이 바람-희망2014(양미숙)

등록일 2014년11월18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양미숙(64. 가명. 성정1동) “오늘 아침에도 집주인이 다녀갔어요. 이제 문 두드리는 소리만 나면 그냥 마음이 먹먹하게 아파오기 시작해. 그래도 빚은 지지 않고 살자는 게 내 다짐이었는데. 집세가 밀린지 벌써 7개월째에요. 주인집도 사정이 있다 보니 매일 독촉할 수 밖에 없나 봐요.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천안시 성정1동 하릿벌의 허름한 다세대 주택 골목. 좁은 골목에는 작은 창문과 샷시 문이 줄지어 있다. 겨울을 재촉하는 차가운 비바람이 방금 지나간 탓인지 골목안의 쌀쌀한 바람은 연신 옷깃을 헤집고 들어온다.

사회복지사와 함께 찾은 양점숙 할머니의 작은 방. 방바닥은 서늘한 냉골이다. 3년 전에 한 기관의 후원으로 기름보일러 탱크를 채웠다는 할머니는 ‘이제 겨우 요~만큼 남았다’며 엄지와 검지를 붙을 만큼 오므린다.
이불 위로 올라오라는 거듭된 권유에 복지사를 앉게 하고 기자는 냉골에 앉아 할머니의 사연을 듣기 시작했다.

7살 때 식모살이, 혼자라도 먼저 자리잡고 싶었지만

전라남도 순창이 고향인 양 할머니는 칠남매의 넷째로 태어났다. 위로 언니와 오빠 두명이 있었지만 다 일찌감치 세상을 떠나 실제로는 맏딸이라는 그녀. 동생 세명은 현재 왕래하는 사이가 아니다.

시골집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만큼 형편이 어려웠다. 겨우 7살 때 그녀를 서울의 한 가정집에 식모로 보냈어야 할 정도였다. 지금으로썬 상상도 하기 힘든 나이에 생활 일선에서 뛰다보니 배움의 기회는 애초에 가져보질 못했다. 주민등록이 아닌 실제 나이로는 68세지만 겨우 본인의 이름을 알아보고 쓸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어두운 10대를 보내고 20대 초반 집주인의 소개로 남자를 소개받아 동거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인연이 곧바로 행복을 보장해 줄리는 만무했다. 남편은 술만 마시면 폭력을 휘둘렀다. 그때 맞은 상처가 지금까지 남아있을 정도다. 평소 술을 많이 마신 남편은 간경화로 일찍 사망했는데 그때 그녀의 나이는 겨우 29살이었다.

남편과의 사이에서는 이미 3남매가 태어난 상황. 어린 나이에 남의집 살이와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그녀는 아이들을 제대로 키워 낼 자신이 없었다. 양씨는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홀로 집을 나왔다. 얼마간의 돈을 번다면 다시 자식들을 거두리라는 각오로 내린 독한 결정이었지만, 세상은 그녀의 바람처럼 만만하지 않았다.

뚜렷하게 비빌 언덕이 없다보니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고, 이유도 모른 채 정신병원에서 5개월 정도를 입원한 적도 있었다. 먹고 살기위해 식당일과 허드렛일을 하면서 돌아다니다가 어렵게 재혼을 했지만, 그 역시 술만 마시면 폭력이 심해 결혼생활 3년 만에 이혼을 하고 지금까지 혼자 살고 있다.

가족은 또 가정은, 그녀의 일생에서 한 번도 몸과 마음이 쉴 만한 안식처인 적이 없었다.

이번 주 무릎수술, 보증금 마련했으면

“11월18일날 입원하면 11월20일 정도에는 수술할 예정라고 해요. 무릎수술은 완쾌가 보장된 것도 아니고 상태가 얼마나 호전될지 장담도 못하는 것이라서 겁이 나요. 하지만 계속 이렇게 살 수 없으니 수술을 해 볼 수 밖에…. 다리만 괜찮다면 무슨 일이든 해서 내 한 몸이야 먹고 살 수 있을 텐데, 그저 답답한 마음이에요.”

환갑이 되기까지 홀로 살아온 그녀는 몇 년 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보호를 받게 됐다. 하지만 자녀들이 있다는 이유로 이내 수급은 끊기고 말았다.

어렵사리 수십년만에 자녀들과 연락이 되었지만 자녀들은 자신들을 버린 엄마에게 일말의 감정도 갖고 있지 않았다. 관계단절 서류 작성은 입 밖에 꺼내보지도 못한 채 수화기를 내려놓아야 했던 그녀. 자녀 이야기를 하던 양씨는 벗어날 수 없는 자책 때문인지 쌓인 회한 탓인지 뜨거운 눈물을 보이고 만다.
다행히 생활보장심의위원회의 인정을 받아 이달부터 수급자 지원을 다시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지금 주민등록상 만 64세인 그녀가 받는 수급비는 월 9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LH 전세임대주택 지원대상에 선정돼 들어갈 수 있게 됐는데 막상 집세가 밀려있어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한 형편이에요. 다리만이라도 괜찮으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이제 본인 혼자 몸도 추스르기 힘들어진 그녀. 스스로를 위한 작은 희망의 싹이나마 틔울 수 있을까.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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