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도로 개설시 토지보상가 50%는 사유재산 침해라는 주장이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은 소방도로 개설 예정인 원성1동 4통)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얼마전 봉명동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김재남씨(가명?56).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자연과 벗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던 그에게 새 집은 마당 한쪽에 아담한 화단도 가꿀 수 있어 모처럼 활력을 찾게 했다. 그러나 행복에 겨운 것도 잠시, 이사 첫날부터 심기가 불편하더니 요즘은 다시 아파트 생활이 그리워지고 있다.
이사 첫날 발생한 문제는 다음. 이삿짐은 집앞의 좁은 골목길을 들어서지 못해 60여m 떨어진 도로가에 정차했다. 집앞까지 차가 못들어가는 불편함을 처음 알았다. 연로한 노모를 모시는 데도, 쇼핑을 하고 난 후에도 좁은 골목길은 상당한 불편을 야기했다. 심지어 화장실 오물을 치우는데도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그는 ‘이 집값이 싼 이유가 있구나’ 하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알고 보니 주변 주택들 중에는 빈집이나 빈방들이 꽤 눈에 띄었다.
토지 50% 보상에 대한 충돌
한 집에 한대꼴로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천안은 차가 주는 편리함과 그에 상응하는 불편함도 감수하고 산다. 이젠 차로부터 시작되는 생활이 보편 습관화돼서 근처 슈퍼마켓을 가더라도 차를 몰고 갈 지경에 이르렀다. 사람은 못빠져 나가도 차는 빠져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지론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시 행정도 주민편의에 앞장, 수많은 도로개설을 통해 점점 모든 지역을 바둑판 길로 정비하고 있지만 아직 구도심권의 좁은 골목길 하나하나에까지는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김씨의 골목길처럼 폭이 10m가 안되는 길을 일명 ‘소방도로’라 일컫는데 시는 매년 40억 정도의 예산을 세워 이들 길을 개선하고 있다.
그러나 한정된 예산으로 끝도 보이지 않는 소방도로를 개설하려다 보니 제도적 모순에 빠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소방도로 개설때 지상권 및 지장물은 1백% 보상하는데 반해 토지수용은 50%라는 처방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실에 대해 공익과 사익의 충돌이라 말하기도 하는데 현실적 여건을 주장하는 시행정과 개인의 재산권은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시의회에서도 허 전(신안동), 이정원(중앙동) 두 의원이 제도적 개선을 공약사항으로 내걸고 나선 반면, 일부 의원들은 시의 현실적 입장을 두둔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찬성측-‘50% 보상’ 별 문제 없다
토지보상가 50%는 시측에서 볼 때 별 문제 없다는 판단이다. 적은 예산으로 더 많은 길을 뚫어 주민편의를 봐주는 것은 일단 시민들에게 도움이 된다.
문제는 토지주들이 재산권 침해라는 주장이 있을 법한데 현실에서는 50% 보상에도 사업에 지장은 없다는 주장이다.
목진각 시 건설교통국장은 “길을 내는데 토지주들로부터 강제한 적이 없다. 소방도로는 작은 뒷골목을 정비해 주는 사업으로, 특별히 우선순위가 없는 사업이다. 50%에 맞춰 토지주들의 합의가 이뤄져 시에 도로개설 요구가 들어오면 검토후 사업을 책정하고 있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재산권 침해라고 볼 수 없다”고 얘기한다.
현실적으로 볼 때도 수백, 수천의 소방도로 개설사업이 필요한 상태에서 1년에 시가 해줄 수 있는 건수는 고작 10여건이 전부다. 1백% 보상을 한다 치면 어차피 개설 요구를 해도 수년에서 수십년을 기다려야 할 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는 1년 사업을 할 정도로 요청이 들어오므로 원하는 곳은 제때 해줄 수 있는 사업으로 자연적인 순위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또하나 소방도로가 개설되면서 저절로 인근 지가가 상승, 일부 소방도로로 편입돼 제 가격을 못받아도 남아있는 토지로 충분히 그 이상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50%가 아닌 기부채납(무상)하는 토지주도 있는가 하면 대부분의 토지가 소방도로로 포함돼 기타 이득을 챙기지 못하는 토지주도 있어 서로간 형편에 맞는 보상률 조정을 통해 50%를 맞추고 있다.
이강우 전 도시계획과장은 “소방도로 개설에 일부 토지주가 반대하는 것은 보상가 문제보다 건물이나 토지가 나뉘는 등의 다른 문제”라며 “토지보상가 문제라 해도 2백% 이상의 턱없는 보상을 원하는 경우로, 1백% 보상가 문제하고는 별개”라고 전했다.
반대측-사유재산 침해는 정당치 못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먼저 사유재산권을 침해당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원칙적으로 토지보상은 1백%를 받는게 당연하며, 시도 이 부분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다만 시는 한시적으로 ‘현실적 여건’을 내세워 시 예산이 넉넉할 때까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허 전(신안동) 시의원은 이에 대해 “변명일 뿐”이라고 일소. “소방도로 관련해 지장물 등이 모두 1백% 보상해 주고 있다”며 “전체 사업예산중 토지부분이 차지하는 보상액은 그리 부담되는 액수는 아니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시 도시계획과 박상철씨는 “현재 1년 사업예산 40억원중 30억원 정도가 토지보상비로 지출되고 있다”며 “만약 현실가 1백%를 보상한다면 30억원 정도의 추가예산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즉 시는 현 50%에서 1백% 보상은 부담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소방도로 토지감정이 부풀려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토지보상가가 낮다 보니 자연 감정평가도 약간 높은 선으로 맞춰진다는 것. 그러다 보니 인근 토지감정도 덩달아 올라가는 등 부수적인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소방도로 1백% 보상을 원하는 사람들은 이밖에 시의 업무량이 늘어나는 것도 현실을 고수하고자 하는 이유일 것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1백% 보상이 이뤄지면 그동안 해당 주민들 스스로 동의서를 시에 제출, 행정절차상 편리함을 보장받았던 것이 처음부터 시에서 나서 동의서를 받는 등 업무량이 늘어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