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성 폭우가 한차례 훑고 지나간 뒤 천안시 원성천 주변 62개 상가 주민들의 고통이 시작됐다.
적게는 20만원에서 많게는 1억5천여만원까지 피해액도 천차만별. 그러나 폭우 이후 실질적인 피해상인 대표를 맡았던 이서경(36?벤처시스템 대표)씨와 몇몇 상인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한달여만에 시로부터 ‘2억4천만원’의 위로금을 지급받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처음부터 나설 생각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피해상인들과 시의 무관심이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목소리를 높이게 됐죠.”
당초 시행정이 ‘천재(天災)’로만 규정한다는 데서 이들 상인들의 고통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상당부분 관리부실의 ‘인재(人災)’가 드러나 있는데도 전혀 인정치 않는다는데 심각한 불신을 초래한 것이다.
이씨의 피해 액수는 1천여만원. 그러나 별다른 조사도 없이 집계현황에 시 당국은 2백만원으로 명시해 놓았다. 수해 당시 시에서는 피해접수를 하라고 방송했지만 접수양식 하나 갖춰져 있지 않을 만큼 체계없는 당국에 실망도 컸다.
시나 피해상인들의 입장에서 이번 일을 보면 서로 위안받는 선에서 빠르게 수습됐다. 처음 피해 상인들은 법적 소송 운운하며 시에 인재에 해당하는 보상금을 요구, 불가능한 싸움에 도전하려는 듯 비쳐지기도 했었다. 법으로 안되면 막무가내 시위라도 해서 시 책임을 물으려 했다.
“그렇게 덤벼서는 서로간에 득될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올 때 당사자들은 무얼 했습니까. 대처를 못한 건 서로가 똑같습니다. 잘못하면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난을 듣는 것 말고는 얻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씨는 자신의 사무실에 모인 피해 당사자들에게 냉철한 이성으로 판단하고 절차밟을 것을 촉구했다. 또 거친 감정으로 시 탓으로만 돌리려는 이들에게 각자 수해책임을 물며 각성할 것을 계속해서 주지시켰다. 점차 현실적 판단을 내세우는 이성이 눈을 뜨자 시에 진정서도 내고, 동장과 시장도 면담해 냉철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담아냈다. 인재로 규정할 만한 여러가지 사안도 취합하고 증거물을 입수해 ‘여차’ 하면 강경태세로 나갈 것도 염두에 두었다.
이런 노력으로 평화적인 해결이 가능하게 됐다. 시를 불신했던 상인들도 시 입장을 이해하고 각자 피해액의 35%의 위로금을 받는 선에서 동의했다. 여기에 각자 몇푼씩 걷어 5백58만원의 수재의연금도 별도 마련했다.
“이기적인 모습으로 지역사회에 비쳐져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받는 이 위로금도 알고 보면 시민들이 한푼두푼 기탁한 귀한 성금입니다. 피해자라고 받기만 당연시해선 수혜자의 자세가 아닙니다.”
이씨는 좀 안타깝다는 말도 전한다. 시 행정의 잘못(인재)에 대한 보상금을 원했는데 돌아온 것은 위로금 명복인 것.
“탐탁치는 않지만 피해상인들도 더불어 잘못이 있는 이상 이쯤 선에서 일단락하는게 좋다는 결론입니다. 앞으로 이같은 사안에 대한 시행정의 대처가 좀더 솔직하고 시에서 노력하고 있는 과정들에 대해 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정보가 공유됐으면 좋겠습니다. 주민들은 죽겠다고 하소연하는데 시의 대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가 없어 악감정이 더 생기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