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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추모분위기 속 천안여고 515명 2박3일 수련회 논란?

학교행정의 무리수인가, 의미있는 정상교육과정 수행인가

등록일 2014년04월2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세월호 침몰사건 이후 국가적 추모분위기속에 진행된 천안여고의 수련회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이라는 국가재난사태로 온 국민이 비탄에 빠져있다.
이 비극적 사고의 희생자 속에는 수학여행을 떠난 경기도 안산의 단원고 2학년생 320여 명이 포함돼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꽃다운 아이들이 기적적으로 생환하기를 염원하는 바람 속에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국가적인 애도와 추모분위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천안여자고등학교(교장 허삼복) 2학년 515명은 지난 21일~23일(월~수)까지 2박3일간의 일정으로 목천의 ‘국립청소년수련원’에 수련회를 다녀왔다.
이를 두고 여러 언론에서는 ‘추모분위기 속 수련회’라며 하나의 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
한 편에서는 ‘사회적 분위기와 국민정서에 반한 무리한 교육행정’이라고 비난하기도 하고 다른 편에서는 ‘언제까지 모든 교육활동을 중단해야하는가, 중단만이 능사인가’라며 반론을 펴기도 한다.
천안여고의 2박3일 수련회는 과연 어떻게 진행된 걸까? 진정 논란의 소지가 있었던 것일까?

‘학부모·학운위원들의 추진의사가 강했다’

지난 16일 세월호의 침몰사고가 일어나자마자 교육당국은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충남도교육청(교육감권한대행 부교육감 전찬환)은 16일,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장체험학습을 추진하고 안전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전찬환 부교육감은 “비행기 및 선박 이용시 안전벨트 착용, 구명조끼 착용 요령, 긴급 상황시 대피 요령 등을 사전 철저하게 교육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1년 전에 이미 2학년 전체 학생의 수련회를 예정했던 천안여고는 17일 즉각 대책회의를 열고 18일 아침에 ‘2014학년도 2학년 학생수련활동 의견재수렴(안)’을 안건으로 비상 학교운영위원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앞서 18일 오전8시에는 각 반 담임 등 14명이 참여한 가운데 학년협의회도 열렸다.

예정대로 오전9시에 열린 학교운영위원회에는 전날 저녁 연락을 받은 12명의 위원과 4명의 교직원이 참석했다. 학운위원 12명 중에 5명은 2학년 학생들의 학부모였다. 이들 외에도 2학년 학부모 2명이 참관인 자격으로 동석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장시간의 회의를 거쳐 ‘안전상의 문제를 보강해, 계획대로 2학년 학생들의 수련활동을 시행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충남교육청은 22일 “현재 진행 또는 계획중인 모든 현장체험학습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천안여고는 학교운영위원회의 결정대로 2학년 학생 515명에 대한 수련회를 예정대로 진행중인 상황이었다.

수련회가 진행되기 직전 열린 천안여고 학교운영위원회 회의 결과. 학운위원들은 ‘안전상의 문제를 보강해, 계획대로 2학년 학생들의 수련활동을 시행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당장 중단했어야 VS 걱정만 하다 아무것도 못한다

수련회를 전후해 일부 학부모들은 21일(월) 예정된 수련회를 강행하기 위해 졸속으로 18일(금)운영위원회를 열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학교운영위원회 참석한 학부모도 “학교에서도 아이들끼리 불안한 마음을 나누고 있다고 한다. TV를 보면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마음에 감정이입이 되어 너무나 슬펐다. 수련활동을 중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500명이 넘는 한 학년 전체가 학교 인솔이 아닌 개별적으로 수련원으로 이동시킨 것도 문제”라며 “이런 것들이 안전을 담보한 행동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방송을 보고 내내 눈물을 흘렸다며 이번 수련활동을 제고해 주길 간곡히 바란다고 학교로 전화한 학부모도 있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과 학운위원들은 다른 의견을 내놨다. 목천에 있는 국립청소년수련원은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이미 수년동안 천안여고가 이용하면서 안정성을 검증한 곳이며 1년 전부터 계획해 온 교육과정이라는 것이었다.

한 학부모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교육일정을 취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멀리 가는 것도 아닌데 아이들이 이 시기에 누릴 수 있는 것을 못하게 하는 것이 더 안타깝다. 걱정만 하다가는 아무것도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도 “아이들이 배나 버스를 타고 수련하러 가는 것도 아닌데 너무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물론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지만 계획을 수정하는 것은 몰라도 취소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분위기에 편승해 따라가는 것보다 대책을 강화해 소신있게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교육과정 모두 ‘중단’, 다른 대안은 고민하나?

이렇듯 수련회와 관련 학교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하지만 사고의 규모가 커지고 구조상황이 악화되면서 여론은 더 악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온라인에서는 수학여행 ‘무용론’을 넘어 ‘폐지론’이 확산됐고 대부분의 교육활동은 말 그대로 ‘올 스톱’된 상태. 당장 천안여고만 해도 5월에 예정한 학교축제를 비롯해 수학여행, 운동회가 모두 취소됐다.

1년 전에 신청해야 겨우 갈 수 있을 정도로 인기였던 목천 ‘국립청소년수련원’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청소년수련원 신용백 부장은 “1년에 보통 60여 학교가 수련원을 이용하는데 사고 이후 취소 연락이 잇따르고 있다. 상반기에 오기로 예약했던 12개 학교가 전면 취소를 통보했고 하반기에 오기로 했던 학교도 벌써 3개 학교가 취소의사를 밝혀왔다. 운영일정에 커다란 차질이 빚어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천안여고도 사회여론이 극도로 예민한 형편을 의식해 이번 수련회를 극도로 조심해서 운영했다.
첫째날 여는 마당부터 마지막 날 맺는 마당에도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묵념’이 진행됐고 둘째날 저녁 예정됐던 청소년 문화발표 시간에는 ‘세월호 희생자 추모 및 실종자 무사귀환 소망 릴레이 메시지 작성하기’가 진행됐다.
‘국궁’프로그램은 야외에서 진행된다는 이유로 실내 ‘디스크 골프’로 대체됐고, 암벽등반도 ‘영상제작’으로 바뀌었으며 오락회나 캠프파이어도 전면 취소됐다.

천안여고 안용환 교감은 “교사들과 교감의 책임이 매운 큰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교직원들은 수련회를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학운위의 결정을 존중해 수련회가 진행됐기에 관리감독에 최선을 다했다. 일부에서는 개별이동 문제를 지적했지만 학교에 모인 뒤 다시 단체로 이동하는 것이 개별적으로 버스를 이용해 한 번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위험할 수 있다. 참고로 교직원들은 집합시간 두시간 전부터 수련원 정거장 앞에서 안전지도를 펼쳤다. 수련회 기간 중에도 야간 순찰을 비롯해 지도에 집중하느라 2박3일간 제대로 잠도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허삼복 교장은 “수련활동은 체력훈련같이 위험요소가 있는 활동이 아니고 창의적 체험활동 위주로 구성돼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수련회 기간 중에도 본래 16명의 지도교사가 가기로 했는데 4명을 추가해 20명의 교사가 수련회를 다녀왔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정해진 교육일정을 준수하려고 더욱 노력하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수련회 이후 전체 학생 모두의 귀가를 확인하고 도교육청에 보고했다.
현재 일선 각급 학교들은 체험학습을 비롯해 수학여행, 소풍, 운동회 등 각종 교육일정을 모두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과연 이런 ‘중단’만이 아이들을 위해 바람직한 일인지, 과연 ‘중단’이후에는 뭔가 다른 대안을 갖고 있는지 따로 곱씹어볼 문제가 아닐까.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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