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방역 당국이 안이한 사후 대처가 AI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본보 812호 참조)
지난 2월23일 풍세면 보성리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AI 의심신고가 접수, 25일 고병원성으로 확인됐다. 천안시는 이 농장 7만5000 마리의 산란계에 대한 살처분에 들어갔고, 지난 2월27일 매몰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지난 3월4일 확인한 결과 현장은 매몰했다던 닭과 계란, 계란판 등이 4차선 도로에서 눈으로 확인될 정도로 밖으로 노출되어 있었으며 심한 악취가 발생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천안시 관계자는 “이곳은 미생물 처리공법으로 매몰한 지역으로, 미생물 활동으로 3일간 악취가 날 수 있다”며 “살처분 과정 중 미처 처리하지 못한 닭과 남은 오염물질을 추가로 매몰하는 과정에서 지연된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AI가 공기에 의해 감염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천안시의 안일한 사후 처리는 또 다른 발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남은 오염물질과 닭 처리를 농가에 전가시키는 모양세다.
천안시 관계자는 “빠른 처리를 위해 늦은 시간까지 공무원과 용역직원이 투입되고 있지만 인력부족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남은 오염물질과 미처 처리하지 못한 오염 닭에 대한 처리는 농가에 부탁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인력부족으로 인한 사후처리 문제는 AI 감염확산을 막는 중요한 절차다. 며칠간 방치된 사체나 오염물질 등을 섭취한 새나 동물 등 야생동물에 의해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최근 AI에 감염된 닭을 먹은 풍세면 한 농가에서 기르던 ‘개’가 감염된 사례가 발생했다.
천안시의 매몰처리도 문제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조류인플루엔자 긴급행동지침’에 따르면 동물 사체를 묻는 매몰구덩이 기준은 ‘매몰수량을 고려해 사체를 넣은 후 당해 사체의 상부부터 지표까지의 간격이 2m 이상 되도록 파야하며, 바닥면은 침출수 흡입 및 저류가 가능하도록 2%이상의 경사를 이루도록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천안시는 풍세면 보성리 양계농장에 대한 살처분 한 닭을 포함해 대부분의 살처분 사체 매몰방식으로 '호기성 호열성 미생물 처리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이 방식은 땅을 50cm 정도 판 뒤 미생물 배양토와 배양액을 사체와 함께 매몰해 미생물 번식에 의해 가축을 분해하는 방법이다.
미생물 활용방식을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매몰 방법이 간편하다는 점이다. 땅을 깊게 안 파고 50cm 정도만 파기 때문에 작업시간일 일반 매몰방식보다 단축된다. 또 사체 분해 시기가 평균 3년에서 3~6개월로 단축돼 매몰지 관리 비용이 덜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 매몰하는 것은 정부가 정해놓은 AI긴급행동지침에 위배된다. 미생물 활용방식은 매몰방식이 아니며 원칙대로 매몰한 뒤 부패를 빨리 시키기 위한 보조방식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도 AI 감염됐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천안 풍세면 농장에서 기르던 '개'에서 AI 항체가 발견돼 방역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6일 풍세면 용정리 가금류 사육단지 내 A 농장에서 키우는 개 3마리에 대한 시료를 채취해 항원 검사를 했다. 지난 11일 나온 검사결과에서는 AI 항원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3마리 가운데 1마리에서 H5형 항체 양성 반응이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에 발병한 AI 바이러스는 H5N8형으로 개에서 H5형 항체가 검출됐다는 것은 체내에 AI 바이러스가 침투했으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를 이겨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AI 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해선 전염되지 않고 접촉전염만 이뤄지는데 항체가 검출된 개는 AI에 감염된 닭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식품부 관계자는 "AI에 감염된 닭을 먹은 것이 감염 원인으로 보인다"며 "나머지 개 2마리에서는 항원·항체가 검출되지 않은 점으로 볼 때 개 사이에서 접촉에 의한 전파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한 "사람이 개와 접촉해 AI에 감염될 개연성은 매우 낮다"며 "일반 농가나 가정에서 개에 의한 AI 감염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농장에서는 지난달 AI가 발생해 사육 중이던 닭을 모두 살처분했다. 당국은 인체 감염 여부에 대한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면서도 이 농장 관계자 등에 대한 시료를 채취해 정밀 분석 중이다.
살처분 100만 마리, 보상비 120억원 추산
한편 지난 3월10일 천안 풍세면 가송리 송모씨 산란계 농장도 평소 1~2마리던 폐사가 8마리로 늘어나면서 AI의심신고를 접수했다.
산란계 4만 마리를 키우고 있는 이 농장은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던 농장 3㎞ 내에 위치해 있으며, 도의 선택적 살처분에 따라 살처분 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이 농장 3㎞ 내에서는 6개 농장이 닭 22만8000마리를 사육 중이다.
3월10일 발생한 풍세면 가송리 농장을 포함해 천안에서만 살처분된 가금류가 100만수를 넘었다. 이에 따른 천안지역 보상비는 1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천안시가 부담해야 경비도 5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천안시에 따르면 지난 1월 27일 직산읍 판정리에서 발생한 AI를 시작으로 이달 11일까지 살처분된 닭은 98만 1115마리, 오리는 8만 9785마리이고, 201만 9420개의 알이 폐기처분 됐다.
천안에서는 10개 농가에서 AI가 발생했고, 19개 농가에서 예방적 살처분이 이뤄졌다. 피해농가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천안시는 이들의 피해보상작업에 착수했다.
시는 각 피해농가별로 살처분된 가금류의 연령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피해보상액을 산정할 방침이다. 시가 추정하고 있는 전체 피해보상액은 121억원. 현재 정부의 농가 보상 방침은 국비 80%, 도비 4%, 시비 16%로, 이에 따른 시의 부담은 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