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방산자락 어귀로 넘어가는 볕에서 겨울의 따스함을 느낄 때 쯤 ‘ROASTING COFFEE HOUSE VEBER’라는 간판과 마주하게 됐다. 내심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비슷비슷한 커피 맛에 스스로 길들여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던 차였는데, 겨울볕도 좋고 로스팅 커피하우스의 커피 맛도 궁금해 무작정 문을 열었다. 입구에 마련된 작은 칠판에는 ‘1월10일 로스팅’이라고 적혀있었다.
“어떤 커피를 추천 하냐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초콜릿이나 캐러멜과 같은 소스가 들어간 커피보다는 커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아메리카노를 좋아해요. 특히 이곳 베베르에서는 단맛과 신맛, 쓴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아메리카노를 드실 수 있으니 아메리카노를 추천 할 께요.”
베베르 점주인 친언니의 권유로 바리스타를 꿈꾸게 됐다는 신지희 씨가 포터필터에 분쇄커피를 담고 정성스럽게 압축한 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내주었는데, 보통 커피전문점에서는 진동벨이 울리면 주문한 커피를 받아와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테이블까지 직접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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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본연의 맛, ‘아메리카노’를 추천해요.
아산시 배방읍 커피전문점 ‘베베르’ 신지희 바리스타 |
“조금 식거든 드셔보세요. 저도 예전에는 멋모르고 홀짝홀짝 마셨는데, 그러면 커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더군요. 뜨거울 때 마시는 커피에서는 맛이 잘 느껴지지 않지만 조금 식은 다음에 마시면 커피에서 우러난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어요.”
3500원으로 접하는 베베르 아메리카노. 첫 모금에서는 자극적이지 않은 시큼한 맛이 감돌았다. 그 다음으로는 커피 본연의 쓴맛으로 재빠르게 돌아왔고, 입안에 가득 했던 커피를 다 마시고서야 달달함이 여운으로 남았다. ‘아! 이런 것이 아메리카노구나!’하는 순간이었다.
“커피 맛은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바리스타의 손맛과 추출액의 온도에 따라 좌우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맛은 로스팅과 블렌딩에서 결정돼요. 해서 베베르에서는 커피원두의 로스팅 일자를 입구에 명시할 뿐만 아니라 여러 과정을 거쳐 결정한 블렌딩 비법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지요. 여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는 맛볼 수 없는 콜롬비아와 브라질, 에티오피아, 케냐, 과테말라 커피도 있으니 꼭 한 번 맛보러 오세요.”
그래, 다음에는 커피의 고향으로 알려진 에티오피아 커피를 마셔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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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이 확 트인 베베르에서는 바에 앉아 콜롬비아와 브라질, 에티오피아, 케냐, 과테말라 등의 핸드드립 커피를 맛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