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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미달 됐던 아산지역의 고교 입시지원이 올해는 시내권 고교 정원감소, 천안학생 대거 유입으로 총 122명 초과했다. 사진은 2014학년도부터 특성화고로 전환되는 둔포고 신입생 모집 장면. |
아산시에서는 공부를 못해도 지역의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올해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매년 미달 됐던 고교 입시지원이 올해는 시내권 고교 정원감소, 천안학생 대거 유입으로 총 122명 초과한 것이다. 이에 지역의 고교에 지원했던 불합격 학생 80여 명은 천안과 공주와 같은 타 지역 고교로 진학해야 하는 등 학업성취도 하위권 학생의 고입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의 바람에 하위권 학생 학부모들은 아산교육지원청에 ‘시내권 학교 정원 늘려라’, ‘천안학생 받지 마라’며 항의 했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학력저하 원인 사라졌다’, ‘공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그러나 양측 학부모들 모두 집 근처 고교로 진학할 수 있는 교육적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했다.
한편, 아산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는 하위권 학생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으나 평등교육을 위한 아산학부모연대는 충남교육지원청의 진학 희망학교 선호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평등교육을 위한 아산학부모연대 박준영 집행위원장은 “이번 문제를 천안학생들의 유입으로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동안 아산에서 천안으로 진학한 학생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라며 “2014학년도 고입 지원결과 아산에서는 122명이 초과했으나 천안에서는 280여 명이 미달됐다. 이는 충남교육청에서 진학 희망학교 선호도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위권 경쟁 치열할 전망
아산교육지원청의 담당 장학사는 하위권 학생의 고입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장학사에 따르면 2014학년도 고입 지원결과 초과가 발생한 원인은 시내권 학교의 정원수 감소와 천안학생의 대거 유입으로 볼 수 있다. 허나 시내권 학교의 정원 감소는 사실상 감소가 아닌 적정인원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동안 시내권 학교들은 인구가 급증한 아산지역의 학생을 감당하기 위해 적정 인원수 보다 많은 학생을 수용했으나 배방·삼성고가 개교함에 따라 정원을 적정하게 설정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천안학생들이 교통편의를 위해 설화·배방고에 대거 지원한 것이 변수로 작용한 것이라고 안내했다.
한편 담당 장학사는 2016학년도부터 천안에서 고교평준화가 시행돼도 아산지역 하위권 학생의 고입경쟁은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교평준화에서 성환고와 목천고는 제외됐을 뿐더러 천안 학생들이 1지망으로 선호하는 서부권 학교에서 떨어질 것을 우려해 처음부터 설화·배방고를 지원할지도 모른다는 설명이다.
아산교육지원청의 담당 장학사는 “현 상황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양면성을 띄고 있어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부정적인 면으로 봤을 때에는 하위권 학생들이 아산을 떠나는 결과를 나타내지만 긍정적인 면으로 봤을 때에는 아산의 평균학력이 올라가는 상황”이라며 “아산은 공부를 하지 않아도 지역의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무풍지대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아산지역의 학력저하 원인으로 꼽혔던 무풍지대의 시대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산교육지원청에서는 하위권 학생들을 위한 교육적 방안을 강구하겠지만 학생과 학부모들 또한 이번 기회를 살려 공부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라고 밝혔다.
내 고장 학교 다니기 ‘꼴찌는 제외?’
“내 고장 학교 다니기, 내 고장 학교 다니기 노래를 부르더니, 정작 꼴찌는 타 지역으로 내모는 것 아니냐.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만 신경 쓰지 말고, 공부 못하는 아이들에게도 신경 써야 한다.”
2014학년도 고교 입시에서 후기2차로 배방고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한 자녀를 둔 학부모는 아산시와 아산교육지원청이 편파적인 행정을 펼친다고 비난했다. 학업성취도 상위권 학생에게는 다양한 혜택을 제시하며 내 고장 학교 다니기를 권장하지만 하위권 학생들에게는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 학부모는 지역경제발전을 위해서라면 상위권 학생보다 중·하위권 학생에게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부모에 따르면 상위권 학생 대부분은 대학을 진학하면서 아산을 떠나 생활하는데, 그들이 아산으로 다시 돌아와 사회생활을 할 확률은 적다. 반면 중·하위권 학생들은 지역에 남아 사회·경제활동을 하는 동시에 가정을 이루는 등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학부모는 자녀가 배방고에 불합격함에 따라 거주지를 천안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 학부모는 “자녀가 공부 못하는 것이 자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못도 아니다. 때문에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집 가까운 곳에 있는 학교를 놔두고 천안까지 다녀야 하는 현실에 불공평함을 느낀다”라며 “아산교육지원청에서는 일부 천안학생들이 교통편의 때문에 설화고와 배방고를 선택했다고 하는데, 그에 따른 피해를 아산학생이 짊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 내 자녀는 교통이 불편해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위권 학생도 내 고장 자녀인데 타 지역으로 내몰면 안 된다. 아산시와 아산교육지원청에서는 꼴지도 지역의 고교로 입학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평균 학업성취도 상승 기회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천안에서 꼴지 하는 학생도 아산에 오면 중간 정도는 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2014학년도 고입경쟁으로 아산을 떠나야 하는 학생들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번 기회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아산지역의 평균 학업성취도를 올려야 한다.”
2015학년도에 고교로 진학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는 이번 고입지원 결과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해당 학부모에 따르면 아산지역은 그동안 공부를 하지 않아도 집 가까운 고교에 입학 할 수 있었고, 대입 또한 정시보다는 수시를 선호하는 등 학생들 사이에서 공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대학에 들어가서도 정시로 입학한 학생들에게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학부모는 “일이 있어서 자녀의 중학교를 따로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복도에서 바라본 교실 풍경이 가관이었다.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는데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잠을 자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휴대폰을 만지는 학생들, 친구들과 잡담을 하는 학생들이 무척 많았다”며 “그러한 환경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어떻게 천안학생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엄밀히 따지면 불합격 학생 80여 명은 이번 고입경쟁에서 천안학생들에게 밀린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고입지원현황을 계기로 학생들 사이에서 공부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까딱 잘못하면 아산을 떠나 천안이나 공주의 고교로 진학해야 하기 때문이다”라며 “아산시와 아산교육지원청에서도 이번 고입지원현황에 따라 중·하위권 학생의 학업성취도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하위권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올라가면 그만큼 아산을 떠나는 학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고교평준화 시행되면 해결될 문제
평등교육을 위한 아산학부모연대는 충남도교육청에서 2014학년도 진학 희망학교 선호도 조사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아 이번과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고 비난했다.
천안과 아산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학 희망학교 선호도 조사를 철저히 시행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했다면 아산지역의 학생이 타 지역으로 진학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그는 이번 고교 입시지원 결과에 대한 해결책을 고교평준화에 두었다. 2016학년도부터 천안에서 고교평준화가 시행되면 자연스럽게 해결 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현재 천안학생들은 성적에 따라 희망 고교를 지원하는 등 고교입시가 성적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집 근처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실정이다. 또한 명문고를 찾는 인근 지역의 학생들이 천안으로 대거 몰리면서 천안학생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져 성환이나 목천, 아산으로까지 진학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교평준화가 시행되면 대부분의 천안학생들은 집 근처의 고교를 1지망으로 희망하게 될 것이고, 인근지역의 학생들도 서열·명문화가 없는 고교를 희망하지 않는 등 수요와 공급이 원활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천안에서 고교평준화가 시행되면 성적에 따른 고입 전쟁을 치르지 않아도 될 뿐더러 아산에서는 명문고를 찾아 떠나는 학생도 사라지게 된다”며 “충남에서는 고교평준화가 시행되는 곳이 한 군데도 없는데, 학생들이 집 근처의 고교에 진학 할 수 있도록 교육적 여건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게 처리돼야 할 문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