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1년이 지나가고 있다. 10대뉴스를 뽑다보면 감회가 새롭다. 매년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는 표현이 제격이다. 시승격50주년을 맞았고, 인구 60만을 돌파했다. 교육쪽에서는 충남만 유일하게 남았던 고교 비평준화가 ‘평준화’로 돌아섰다.
민원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제5산업단지 내 폐기물처리시설부터 마을송전탑 및 독극물 설치논란까지 끊이질 않았다. 시립예술단도 노조를 결성했으나 몇몇 요구안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해 1년5개월여 표류하고 있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수많은 사건사고를 10대뉴스로 한정한다는데 다소 무리함이 따르지만, 지역사회에 미친 사건의 파장이나 본지에서 주요하게 다뤘던 내용 중심으로 재편했다.
시승격50주년 ‘또다른 미래로’
2013년 5월10일. 결혼식이나 환갑잔치같은, ‘시승격50주년’ 행사가 열렸다. 이날 하루는 천안시민이 주인이고 손님이었다. 한상욱, 이근영, 류철희 역대 천안시장(군수)들도 시청을 찾아 축하를 나눴다.
이날 시승격50주년 기념식에서 성무용 시장은 ‘경제는 크고 강하게, 문화는 만족스럽게, 행복은 충만하도록’ 하겠다는 새 시정방향을 제시했다. 시청 옆 버들광장에는 풍속·행정·복지·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578점의 수장품을 타임캡슐에 담아 묻었다. 이날 매설한 타임캡슐은 시승격 100주년 기념일인 2063년 5월10일 개봉한다. 매설행사에는 대부분 50대 이상 지역단체장들이 참여했는데, 여고생(복자여고)이 한명 끼인 것이 눈에 띄었다. 이 학생은 50년 후 타임캡슐을 열때 이번 일을 회상할 것이다.
압도적 한국대, 결론은 공주대로
공주대 관련 기자회견에 나선 천안시의원들.
공주대학교의 ‘쇼’는 호응관객이 적어 실패했다.
2004년 공주대와 천안공전과의 통합과정. 공주대는 ‘제3교명’이라는 약속 덕분에 천안공전과 천안지역사회의 반발을 무마시켰다. 그러나 2007년 한차례 교명변경 노력을 기울이다 무산되고, 세월만 흘렀다.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전방위적 압박으로, 공주대는 ‘제3교명’이 아닌 ‘교명재창출’이라는 이름으로 쇼를 준비했다. 쇼는 쇼일뿐, 진정성이 없는 것. 천안·예산캠퍼스와 천안·예산 지역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공주대학교는 아랑곳 하지 않고 교명재창출 과정을 거쳐 최종 한국대와 공주대를 놓고 투표를 시작했다. 오프라인투표는 9월23일~9월24일, 온라인투표는 9월26일~10월2일까지. 그 결과 전임교원측은 76.6%, 재학생측 32.2%, 직원·조교측은 63.9%가 ‘한국대학교’를 지지했다. 한국대는 2개그룹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직원·조교측이 3분의2(66.67%)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는 조건에 ‘2.76%(10명)’가 부족, 원점으로 돌아가버렸다.
애초에 이같은 과정을 인정하지 않았던 바, 아쉬울 것도 없는 상황. 천안지역사회는 향후 공주대와 관련된 모든 부분에서 협조하지 않을 것과, 통합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제3교명을 파기한 것으로 보고 재분리를 추진하겠다는 계획까지도 세워두고 있다.
‘언어살인’논란, 억울한 양승조
천안지역에서, 그것도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 바람이 거세던 때 민주당 이름으로 당선됐던 양승조 국회의원. 그로부터 연이어 3선의원까지 오른 그가 ‘언어살인’ 논란에 휩싸였다.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지킴이로 자처, 삭발투혼에 21일의 단식투쟁때보다 그를 조명하는 매스컴의 열기는 훨씬 거셌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유는 그의 말한마디에서 비롯됐다.
<박정희 대통령은 중앙정보부라는 무기로 공안통치와 유신통치를 했지만, 자신이 만든 무기에 의해 자신이 암살당하는 비극적 결말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의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텐데, 국정원이라는 무기로 신공안 통치와 신유신통치로 박정희 대통령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국민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같은 발언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측에서 ‘암살’에 초점을 맞춰 ‘언어살인’ 논란을 불러들인 것이다. 이들은 양 의원의 출당·제명조치라는 강수를 던졌고, 민주당측은 ‘새누리당의 독선과 과잉충성’이라고 문제삼았다. 국정원 사태 등으로 잔뜩 위축된 새누리당측의 반전카드인지는 몰라도 전국 규탄집회까지 벌이면서 위세를 회복하는 데는 도움이 된 듯.
반면 “대통령 암살 운운 발언은 끔찍한 생각으로 상상조차 한 적 없다”는 양 의원은 “말의 뜻은 박정희 대통령의 공안통치, 유신통치시대 전철을 밟지 말라는 것이었다”며 견강부회(牽强附會)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시립합창단 노조탄압 ‘논란’
시립합창단이 노조를 만든지 1년5개월이 지났지만 교섭은 아직 진행중에 있다.
시가 노조를 탄압한다는 입장과, 이미 결성·실행되고 있는 노조에 무슨 탄압이냐며, 노조가 내건 일부 요구안이 억지스러워 들어줄 수 없을 뿐이라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처음 시립합창단원들만이 노조로 활동했으나, 이후 교향악단에서 29명이 가세해 모두 67명이 활동중에 있다. 천안의 예술단은 모두 5개. ‘천안시립예술단지회’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 국악단, 풍물단, 무용단은 참가하지 않고 있다.
이들 예술단지회가 당초 노조를 만든 이유는 천안시가 예술단을 문화재단 소속으로 이관하려 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현재 이 문제는 시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 논쟁여지에서 벗어나 있다. 예술단지회측은 당초 타지역의 노조결성 사례에서 122개 요구안을 따왔으나, 이후 49개 요구안으로 정리했다.
예술단지회측은 무엇을 원하고 있으며, 천안시는 무엇을 안된다고 하는 것일까. 문제의 열쇠는 ‘핵심요구안’에 달렸다. 최근에는 시 자치민원과에 설치된 갈등조정위원회의 중재를 맡겨보자는데 양측이 합의, 귀추가 주목된다.
천안국제웰빙식품엑스포 개최
‘2013천안국제웰빙식품엑스포’가 지난 8월30일부터 9월15일까지 천안삼거리공원 일원에서 개최됐다.
엑스포기간 관람객 수는 모두 77만명으로 집계됐으며 방문객이 지출한 비용은 총 822억원으로, 여기에 참여업체와 조직위가 지출한 비용까지 반영한 생산유발효과는 1546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565억원에 이르러 총 2111억원의 경제유발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엑스포 개최 후 평가에서 강점으로 교통의 요충지로서 높은 지리적 접근성과 다양한 연령대의 많은 방문객규모, 주변 대학과의 산학협력,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제공 등이 제시됐다.
반면 약점으로는 국외참여업체 및 외국인 방문객 실적 미비, 인근지역에 국한된 참여인원, 지역관광과의 연계부족 등이 지적됐다.
한편 천안아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천안아산경실련)이 천안시민 3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였으며 응답자 가운데 37.4%가 ‘매우 불만족’ 또는 ‘불만족’이라고 답했다. ‘만족한다’는 답변은 25.9%에 그쳤다.
불만족 요인으로는 ‘과도한 예산 및 행정력 낭비’가 33.3%로 가장 많았으며 ‘행사 구성 및 내용에 대한 불만’(21.3%)과 ‘지역경제 파급효과 등 기대효과 미비’(17.8%)가 뒤를 이었다.
목천읍 유독물 저장소 주민 반대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응원리 등 8개마을 주민이 위험물 및 유독물 저장창고 판매시설 건축허가를 반대하는 집회를 시청 앞에서 수차례 진행하는 등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화공약품을 유통하는 C업체는 2012년 7월 목천읍 응원리 250-3번지 일원 3636㎡에 건축 인허가를 받고 연면적 858㎡에 지하, 지상 등 총 5개의 유독물처리 저장창고를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주민들은 “황산 외 15종 12만톤에 해당하는 저장시설이 신축되고 있어 인근 500m안에서 생활하는 아파트 3100세대 1만2000명의 주민과 학생 90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며 “구미 불산 유출사고로 유독물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가운데 황산과 메틸알코올 등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저장소가 주민 모르게 들어서 주민 모두 불안에 떨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천안시의회는 제162회 임시회 기간인 지난 1월16일 제2차 본회의에서 ‘유독물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개정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주민과 천안시의회가 위험물 및 유독물 저장창고 판매시설을 강하게 반대하자 천안시는 사업주의 건축허가를 반려, 사업주는 천안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전종한 의원은 “천안시가 처음부터 유독물질관련 신중한 인·허가 절차를 밟았다면 불필요한 소송이 제기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천안시 행정을 비판했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동자의 죽음
삼성전자서비스 충남 천안센터에서 A/S 기사로 일하던 최종범씨(32)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씨는 죽기 전날인 지난달 10월30일 밤 10시쯤 노조 동료들과의 카카오톡 단체대화창에 “그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 노조원들은 “최씨가 아침마다 돌아가면서 하는 1인 시위에서는 차 위에 올라가 피켓을 들고 있을 정도로 열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노조활동을 했다”며 최씨가 갑작스레 자살한 이유는 삼성의 노조탄압에 있다고 주장했다.
12월24일 고 최종범씨의 영결식이 사망 55일 만에 노동자장으로 삼성서비스센터 앞에서 엄수됐다.
이날 영결식은 신 위원장과 장례위원장인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가 조사를 낭독한 뒤 추모가 합창과 추모시 낭독, 헌화로 순서로 진행됐다.
이후 서울로 이동,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서 노제를 연 후 고인의 유해는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열사묘역에 안치됐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재개
천안시가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2013년 5월12일부터 의무휴업일을 재개했다.
천안시의 행정 처분은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문을 닫고, 매월 둘째·넷째 일요일에 의무 휴업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무 휴업일 규정을 위반하게 되면 대형유통업체에 최저 2000만 원에서 최고 1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천안시는 지난 2012년 1월17일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5월21일 관련조례를 개정 공포하고, 27일 대형마트 7곳, 기업형슈퍼마켓 18개소에 대해 오전 0시부터 8시까지 영업시간을 제안했다. 또한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을 의무 휴업일제로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시행 2개월 만인 지난 2012년 7월20일 롯데쇼핑 외 6개 대형마트가 천안시장외 7개 시·군을 상대로 영업시간 및 의무휴업일 지정 처분을 취소하는 소제기와 함께 효력집행 정지신청을 대전지방법원에 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규제가 풀렸다.
한편 대형마트 입점 과정에서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수억원의 지역발전기금이 전통시장과 슈퍼마켓조합에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확인된 발전기금 규모는 신부동 이마트 천안터미널점, 부성동 이마트 천안서북점이 입점하면서 지급된 최소 6억원으로 특히 지역발전기금의 사용처를 두고, 전통시장과 슈퍼조합 내에서 각종 루머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청 사상 최대의 비리게이트, 장학사 매관매직 사건
매관매직, 자살, 음독, 차명계좌, 대포폰…
백년지대계를 수행하는 국가교육기관에서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들이 조직적으로 자행됐다.
장학사 매관매직 사건에 충남교육의 수장인 교육감과 고위 교육관료들이 대거 연루돼 구속수사는 물론 실형선고를 받은 이번 사건은 가히 한국교육사상 최대의 비리게이트라 불릴 만 하다.
이 사건으로 충남도교육청은 지난 2003년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된 강복환 전 교육감과, 같은 혐의로 지난 2008년 오제직 전 교육감의 낙마에 뒤이어 ‘비리 교육감 배출소’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와 관련해 천안교육지원청의 한 장학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김종성 전 충남교육감도 2월19일 음독자살 시도해 충격을 주었다.
도 교육청은 총 46명의 비리 연루자 중 6명을 파면, 19명을 해임, 6명을 강등, 6명을 정직조치했다. 중징계만 37명에 달한 것. 또 6명이 감봉, 1명이 견책처분의 경징계를 받았다. 또, 돈을 받은 2명에게는 받은 돈의 2배, 돈을 준 19명에게는 제공액 만큼의 징계부가금을 부과했다. 징계부가금은 많게는 10억5300만원에서 적게는 6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교육감은 지난 9월 열린 1심에서 징역 8년과 벌금 2억원, 추징금 2억8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로 현재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73.8%! 뜨거운 시민지지로 고교평준화 드디어 확정!
천안지역에 드디어 고교평준화 제도가 도입된다.
오는 2016학년도 천안지역 고등학교에 입학예정인 현 중1학생들부터 ‘선추첨 후배정’ 방식의 평준화제도로 고교진학이 가능하게 됐다. 1995년 평준화가 해제된 지 20년 만의 회귀다. 여론조사 전체 대상자 2만9962명 중 2만6539명이 응답했고 이들중 73.8%가 평준화를 찬성했다.
전국 인구 50만 이상 중소도시 중 유일한 비평준화 지역이었던 천안. 천안은 1981년 평준화를 도입했다가 1995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비평준화로 돌아선 바 있다. 하지만 입시경쟁가열, 고교서열화, 학생들의 위화감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커지면서 평준화 도입에 대한 지역학부모, 시민사회 단체의 이런 요구에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던 충남교육청은 2011년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돼 고등학교의 입학전형은 교육감이 지정하고 해제하도록 조례로 정하게 되자 피동적이고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도민들은 주민조례를 발의하며 도교육청을 압박했고 우여곡절 끝에 여론조사 결과 65%이상이 찬성하면 평준화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의 조례가 도의회를 통과했다.
전무후무 유례없는 높은 기준이 제시되자, 한 때 평준화의 도입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팽배했으나 결국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뜨거운 열망속에 고교평준화는 마침내 20년 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됐다.
<김학수`이진희`공훈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