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에서 열리는 축제가 주제성을 잃고 초대가수에만 의지한다는 지적이다.
2013 대한민국 온천대축제의 축제평가를 담당한 충남문화산업진흥원의 한 연구원은 공식적인 입장을 오는 12월에 진행되는 축제평가위원회에서 밝히겠다고 했으나 이번 축제에서 핵심역할을 담당한 주제관이 형태나 내용에 충실하지 못하는 등 보잘 것 없었으며, 온천관련 프로그램 부족, 온천여권 문제점, 행사장 분산, 초대가수 관객몰이 등의 문제점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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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6일부터 20일까지 총 5일간 온양온천역 광장 주무대에서는 아산시민한마당, 온양별시, 이주민 문화공연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그러나 17일~20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의 초대가수공연을 제외한 주무대는 2013 대한민국 온천대축제 내내 텅 비어있었다. |
주제관 형편없어
온천대축제의 주제는 ‘온궁의 부활’. 그러나 정작 아산시내에 부활한 온궁 주제관은 학계의 철저한 고증작업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축제평가 연구원은 왕의 목욕장면을 재현한 공연에서는 연기자들이 다소 외설스러운 대사를 주고받는 등 정숙하고 엄격하게 진행돼야 할 장면이 코믹스러운 요소로 전락했다고 설명했다. 왕의 침실인 내정전에서 온양온천의 역사와 세계온천의 안내를 담당한 대학생들과 홍문관, 상서원, 수문장청, 병조빈청, 의료원, 사복시, 상의원 등의 체험공간에 상주하던 대학생들에게서는 전문성과 진지함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다고 전했다.
특히, 축제 팸플릿에서는 왕의 목욕장면 시연 후 관람객에게도 체험기회를 제공한다고 했지만 실행돼지 않았고,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를 그리며 남긴 영괴첩을 통한 온궁행렬 재현역시 40여 명의 연기자로 구성된 팀이 불과 300여 m를 왕복으로 오가는 등 웅장함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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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목욕장면을 재현한 공연에서는 연기자들이 다소 외설스러운 대사를 주고받는 등 정숙하고 엄격하게 진행돼야 할 장면이 코믹스러운 요소로 전락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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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정전에서 온양온천의 역사와 세계온천의 안내를 담당한 대학생들과 홍문관, 상서원, 수문장청, 병조빈청, 의료원, 사복시, 상의원 등의 체험공간에 상주하던 대학생들에게서는 전문성과 진지함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다.
사진설명: 체험활동 코너에 상주하던 한 대학생이 어린학생의 체험활동 내내 딴짓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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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팸플릿에는 왕의 목욕장면 시연 후 관람객에게도 체험기회를 제공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왕의 목욕탕에는 온천수가 아닌 다른재료가 채워졌으며, 이로 인해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온천수를 채워넣은 후 관람객에게 체험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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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의 철저한 고증작업을 거쳐 웅장하게 재현해 정통성을 인정받았다는 온궁행렬은 40여 명의 연기자가 300여 m를 왕복으로 오가는 등 웅장함 및 정통성과는 거리가 멀었보였다. |
온천관련 상설 프로그램 부족
온천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부족했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번 축제에서 온천을 주제로 진행된 프로그램은 앞서 문제를 제기한 왕의 목욕장면 재현을 비롯해 온천수 난장, 온궁별시, 온천수 미스트 터널, 왕의 온천에서 놀자, 족욕·다도 체험전, 워터파티, 온천뷰티산업 전시회 등이다.
충남문화산업진흥원의 연구원에 의하면 온천수 난장은 축제기간 총 5일 중 19일과 20일 각각 1시간씩 총 2시간만 운영됐으며, 더욱이 첫날에는 참가자가 저조해 빈축을 샀다. 또 그랜드호텔 수영장에서 진행된 왕의 온천에서 놀자 프로그램 역시 축제기간 내내 이용객이 저조했으며, 온궁별시 문과가 펼쳐진 주무대 객석은 텅빈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족욕체험장에서 운영될 예정이던 다도체험은 찾아볼 수 없었고, 미스트 터널의 운영시간도 일정하지 않아 관람객의 불편을 샀다고 설명했다. 초대가수공연과 함께 무대와 객석에 온천수를 뿌리며 이뤄진 워터파티는 그나마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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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수 난장은 축제기간 총 5일 중 19일과 20일 각각 1시간씩 총 2시간만 운영됐으며, 더욱이 첫날에는 참가자가 저조했다. 또한 온천수 미스트 터널의 운영시간이 일정치 않아 관람객의 불편을 사기도 했다. |
온천여권 ‘관람객 발길 돌려’
축제평가 연구원은 온천여권 운영에 따른 부정적인 견해도 내놓았다.
3000원에 판매된 온천여권을 소지한 관람객은 셔틀버스 무료승차와 온천수 마스크팩을 이용한 얼굴 마사지, 족욕제를 이용한 족욕체험, 손 마사지, 온천수 훈증 치료, 익선관 만들기, 신부 만들기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온양온천과 도고온천, 아산온천, 로봇축제, 온천 뷰티 전시회, 왕의 온천에서 놀자, 추억의 야간 장터, 리마인드 허니문, 외암민속 마을 짚풀문화제, 곤충체험전 등 스탬프 확인 개수에 따라 기념품을 증정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충남문화산업진흥원의 연구원은 10개의 스탬프를 모두 찍기 위해서는 온양온천역 광장을 출발해 현충사 은행나무길, 아산온천, 환경과학공원, 도고온천, 외암민속마을, 그랜드호텔 등 자가용으로 이동했을 때 총 60㎞를 이동해야 하며, 각 시설이용비와 연료비를 따졌을 경우 10개 스탬프에 해당하는 기념품인 스파세트를 돈으로 구입하는 것이 훨씬 적게 든다는 주장이다.
물론 관람객 유도를 위한 운영 의도는 이해하겠으나 이중 추가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스탬프가 5개뿐이라는 것은 관람객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설명했다. 기념품 증정은 스탬프 6개 핸드크림부터다.
온천여권 운영에 따른 가장 큰 문제점은 관람객의 발길을 스스로 돌리게 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이 연구원은 아산시가 이번 축제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온천뷰티산업 전시회에 관람객이 저조했던 이유로 온천여권을 들었다.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은 자녀의 체험프로그램 이용을 위해 여권을 구입했으나 자녀를 따로 두고 온천뷰티산업 전시회에서 편히 마사지를 받을 수 없었다. 또한 어르신들은 3000원으로 목욕을 택했지, 얼굴마사지와 족욕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여권구입을 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온천뷰티산업 전시회 입구에서 만난 최광규(72·예산군) 할아버지는 “들어가서 구경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여권이 없으면 체험을 할 수 없다고 하니까 기분이 상하더라. 무료로 둘러보는 건 괜찮다고 했는데, 이미 상한 기분에 들어가고 싶겠냐”라며 “3000원이 아까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마사지 받고 싶은 사람은 돈 내고 마사지 받으면 되는 것이고, 이리저리 구경할 사람은 구경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 구경하다가도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사는 것이고, 받고 싶은 마사지가 있으면 돈 내고 받으면 되는 것이지 입구에서부터 출입을 통제하는 기분이 들어 내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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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규 할아버지는 “들어가서 구경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여권이 없으면 체험을 할 수 없다고 하니까 기분이 상하더라. 무료로 둘러보는 건 괜찮다고 했는데, 입구에서부터 출입을 통제하는 기분이 들어 내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대다수의 어르신들은 온천뷰티산업 전시회 입구에서 여권이야기를 듣고 발길을 돌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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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뷰티산업 전시회 풍경. 마사지 대기 관람객은 4~5명이었으며, 뒤로 보이는 산업전을 관람하는 관광객이 많지 않음. 평일은 그렇다 치더라도 주말인 19일(토)과 20일(일)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임.
사진촬영일시: 10월20일 오후 1시52분58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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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분산 ‘선택·집중 실패’
아산시 곳곳에서 진행된 축제가 선택과 집중에서 실패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지역의 모 초등학교 운영위원이자 녹생어머니회 간부라고 밝힌 한 학부모는 ‘한곳에서 몰아서 하면 좋으련만’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해냈다.
이번 온천대축제는 온양온천역 광장 외에도 도고온천, 아산온천, 신정호수, 외암민속마을 짚풀문화제와 연계해 진행됐다.
이 학부모에 따르면 학교 운영위원으로써 학교에서 권유하는 마라톤대회에 참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불편한 심정을 꺼내놓았다. 또한 녹색어머니회 간부로써 교통봉사활동에도 참여해야 했으며, 가족과의 나들이 삼아 토요일에는 온양온천역 광장을, 일요일에는 외암민속마을을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이 학부모는 “그냥 예전처럼 곡교천에서 하면 좀 좋으련만 여기저기에서 한꺼번에 행사를 치르니까 피곤하다. 신정호에서 마라톤 뛰어야지, 시내에서 교통봉사해야지. 그 뿐인가. 주차할 곳은 마땅치 않은데 가족과 함께 외암민속마을 가야지, 초대가수 구경하러 시내에 또 가야지. 누가 행사를 짰는지 모르겠지만 사람 피곤하게 하는 재주가 있는 양반인가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행사를 기획하는 사람이었다면 짚풀문화제를 다음주로 미루고 곡교천에서 판을 벌였을 것이다. 곡교천 한편에서 전국노래자랑도 치르고 초대가수 공연도 펼치면 좀 좋은가. 뿐인가. 출발드림팀 경기도 곡교천에서 했더라면 보다 많은 관람객이 구경했을 것이고, 차량이 통제된 은행나무길과 이순신대로를 활용해서 마라톤도하고 자전거대회도 하면 좀 좋은가 말이다”라며 “자녀에게 자주 하는 말 중에 ‘공부할 때에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축제를 기획하는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하나를 주제로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다보면 오히려 안하느니 못하다. 이번 온천대축제가 그 꼴이라고 본다. 선택과 집중에서 실패한 꼴”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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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모 초등학교 운영위원이자 녹생어머니회 간부라고 밝힌 한 학부모는 “행사가 여기저기에서 진행되니까 번잡스럽다. 누가 행사를 짰는지 모르겠지만 사람 피곤하게 하는 재주가 있는 양반인가보다”라고 말했다.
취재원의 요청으로 모자이크 처리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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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가수 맛 들였나
아산시 축제가 초대가수 위주의 행사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축제 기간 중 만난 대부분의 아산시민은 이순신축제와 온천대축제의 차이점에 대해 ‘세 글자가 다른 것’이라고 표현할 만큼 이순신축제와 온천대축제는 닮아 있었다.
온양온천역 광장 주무대를 중심으로 양쪽 통제된 도로에 체험부스가 들어섰고, 국민은행 앞 도로에서는 온천수 난장이 진행됐다. 또한 저녁에는 별다른 프로그램 없이 초대가수로 관람객을 끌어 모았다. 다만 다른 점은 초대가수의 무대가 끝나고 갈 곳을 잃은 관람객을 위해 ‘아울’이라는 댄스파티가 진행 된 것.
이번 축제에서 만난 조찬묵(39·서해그랑블)씨는 “아산시가 초대가수에 맛 들였나 보다. 몇몇 이름 있는 가수들을 큰돈 주고 섭외해 구경시켜주면서 ‘몇 명이 모였더라’라며 큰일 한 것 마냥 좋아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시민을 바보로 보는 것도 아니고. 가수들 부른 큰돈이 다 시민 세금에서 나가는 것 아니냐. 그런데 왜 생색은 시에서 내려고 하는 것이냐”라며 “세금을 쓸 것이면 제대로 가치 있게 써 달라. 시민이 함께 참여해 즐길 수 있는 축제를 기획해서 시민이 단지 구경꾼이 아님을 확인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온양한올고등학교 최화영(3학년) 학생은 “온천축제에서 온천을 느낄 수 있었던 프로그램은 온천수 미스트뿐이었다. 아니 이순신 축제에도 온천수 미스트가 있었으니까 온천대축제가 아니라 가을이순신축제라고 보는 것이 맞는 말”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기왕 돈 써서 가수부를 것이면 죄다 유명한 아이돌 가수들로 채워달라. 그들의 전국 팬카페 모임들을 아산에서 한다면 이순신축제보다 온천대축제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들 것이다”라며 “그럴 돈이 없다면 가수들 초대하는데 돈쓰지 말고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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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한올고등학교 최화영(우측) 학생은 “온천축제에서 온천을 느낄 수 있었던 프로그램은 온천수 미스트뿐이었다. 아니 이순신 축제에도 온천수 미스트가 있었으니까 온천대축제가 아니라 가을이순신축제라고 보는 것이 맞는 말”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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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온천에 위치한 다리위 행사장은 축제기간 5일 내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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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온천역 광장 일대의 차량진입을 통제했는데, 어디에서 어떻게 나온 차량일까. 갑작스런 차량의 등장에 교통자원봉사자들의 안내가 바빠졌다.
사진촬영일시: 10월18일(금) 오후 2시47분28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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