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수(풍세면 용정2리)
풍세면 용정2리, 그중에도 도로변에 나앉은 8가구 주민들은 요즘 집 앞으로 새 도로가 난다는 말에 수심이 가득하다. 이들 8가구는 대부분 노인들인데 그중에는 신문수 청년회장 집도 끼어 있다.
노인들 속의 젊은 사람, 신 회장. 젊은 사람이 없다 보니까 당연히 두손 걷어붙이고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설 수밖에.
“제일 짜증나는 것은 피해 당사자가 될 주민이 도로가 어떻게 개설되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거예요. 도로개설 문제로 국토관리청에서 우리에게 찾아와 설명 한번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농촌사람들이니 무시해도 된다는 얘기겠죠.”
지난 7월23일 풍세면사무소에서 공청회를 가졌고, 이곳 8가구에 사는 주민중 한명이 다녀왔지만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더라는 것.
“포괄적인 도면 하나 제시해 놓고 전문용어로 얘기하면 농촌사람들이 몇 명이나 알아듣겠습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마을 앞으로 도로가 지나가겠거니 하는 생각만 갖게 되죠.”
신 회장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서 국토관리청과 서울에 위치한 해당 설계사무소에도 찾아가 따져본 끝에 이들 8가구가 알고 있는 지점으로 개설되는 게 아니라 바로 50여m 앞으로 당겨지며 7m 높이 교차도로가 개설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이 앞으로 도로가 지나가면 우리 8가구는 모두 죽습니다. 이사 가든가 국토관리청과 끝까지 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가 설명하는 대로 실제 도로가 개설된다면 8가구는 꼼짝없이 교차로 내에 갇히는 꼴. 이런 상황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공사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교량으로 설치돼 생활에 큰 지장은 없다는 입장. 도로가 집 앞으로 지나간다고 주장하는 것은 도로가 어떤 형태로 개설되는지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실제 우리들이 잘못 이해한 것이라면 ‘알아듣게’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주민 고통은 아랑곳 없이 자신들의 편리만 추구하려는 자세는 잘못된 것입니다. 선량하게 사는 주민들은 생존권의 위협 속에 잠못 이루고 있는데 대충 얼버무리고 마는 공청회 하나로 할 일 다했다는 생각이 공무원의 자세입니까.”
신 회장은 천안시, 국토관리청에 마을주민 92명의 진정서를 넣고 언론과 시민단체, 국회의원 등에도 도움을 요청하는 등 젊은 마을일꾼으로서의 대처는 다하고 있다며, 그러나 결국 생존권에 대한 싸움은 8가구가 나서야 할 일이라며 근심 많은 얼굴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