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천은 제각기 다른 하천폭과 선형구조로 이번 폭우에 범람, 주민 피해가 컸다.
장대환 국무총리 서리가 지난 11일(일) 천안 수해지역을 방문했다. 시내는 원성천과 북면 매송교를 둘러보았다.
대전과 충남지역에서의 수해피해가 미미한 점을 감안해 장 총리서리는 대전?충남의 대표적 수해지역을 이곳으로 판단, 수해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화)과 7일(수) 이틀간 내린 집중호우로 천안은 최고 3백74㎜가 내렸다. 특히 원성천변은 관내 전체 4백10여동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백90여동이 침수됐다.
장 총리서리가 지나간 뒤로 주민들의 불평도 쏟아졌다. 복구지원에 대한 행정당국의 고생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당초 물난리를 막을 수 있는 당국의 안일한 하천정비에 대한 울분인 것. 시는 시간당 최고 57㎜가 퍼부은 게릴라성 폭우와 관련, 침수피해의 주원인을 ‘천재(天災)’로 돌리지만 원성천 범람은 ‘인재(人災)’쪽에 가깝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집중폭우와 부실한 하천
원성천 범람과 관련, 시는 기상이변을 통한 천재라고만 단언할 수 있는가. 평상시 하천관리에 만족한 수준인가. 시는 예산문제 등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 할 만큼 하고 있다는 답변이지만 하천관리는 예산 외에도 여러 가지 부실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번 원성천 범람의 주범은 당연 ‘폭우’였지만, 상류로부터 넓게는 30m, 좁게는 10m 정도로 하천폭의 불균형이 범람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30m 폭으로 내려오는 물이 10m로 좁아지는, 이른바 병목현상이 초래되어 원성천변 일부 지역에 피해를 뿌린 것이다.
이와 함께 에스(S)자 형의 하천은 불난데 기름붓는 격이 됐다. 다가동 상습피해지역도 2000년 하천 선형부분을 바로잡는 직강공사를 통해 웬만한 장마에도 끄덕없는 지역으로 개선된 바 있다.
시도 이같은 본질적 문제를 인식, 두가지 문제 해결방안으로 당초 잡혀있던 도시계획상의 32m폭 확장공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시 건설행정과 정연광씨는 “원성천의 에스(S)자형 구간 1㎞에 한해 확장공사를 하면 이같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64억여원의 예산이 수반되는 만큼 건교부에 곧바로 건의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수해로 원성천이 전국에 집중조명을 받은 만큼 예산을 따는 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귀띔.
원성천변 1백90여가구 침수…하천 확장공사 필요
이외에도 원성천 범람의 요인으로 무너진 가교, 하천공사로 쌓아놓은 각종 자재, 떠내려오는 부유물, 그리고 이것들이 다리 등에 걸쳐져 물의 흐름을 막았다는 것을 들고 있다. 또 준설작업, 낮은 제방, 행정의 늑장대응 등도 총체적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피해주민이 체감하는 도움 낮아
원성천변 피해 주민들의 긴급 대피보호소는 남산초등학교. 1백50여명의 피해주민들이 북적이는 가운데 적십자사 천안지구 회원들이 봉사중이다. 긴급 피해지원 체계는 적십자사가 3일, 자치단체가 4일을 지원해 주게 돼 있으며 이후 상황에 따라 대처.
12일(월)엔 대다수 주민이 집으로 들어갔다. 김정순(여·70)씨 같이 침수 3~4일이 지나도록 보일러를 구하지 못했거나 피해가 큰 주민들은 집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더이상 힘들어서 (정리를) 못하겠어. 손 댈 곳이 왜 이리 많은지….” 독거노인의 한숨이 크다.
거리청소는 공무원 등의 협조로 이뤄졌지만 집안정리는 대부분 가족들의 몫.
특히 혼자 사는 노인들이 고통을 하소연했다.
복구작업을 하던 한 공무원은 “지역의 수많은 단체가 있지만 이럴 때는 도움의 손길이 없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실제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수해현장은 관계기관 공무원들이 대부분.
어느 주민은 보일러 기름이 흘러나와 가전제품부터 일체의 집기들이 못쓰게 된 가정도 있었다. 물빠짐이 좋지 않은 지하는 두 달 정도로 잡고 일찌감치 포기한 사람도 있다. 일흔이 넘은 한 노인은 벽에 구멍이 뚫리는 등 복구가 쉽지 않아 일단 아들집에 가버렸다.
하천변 저지대에 살던 23가구는 침수피해가 컸다. 김영만(53)씨는 “40여년을 살아오고 있지만 시유지라 마음대로 증·개축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분양이라도 해준다면 당장이라도 건물을 높여 짓고 싶다”고 말했다. 이찬우(34)씨는 “분양해 주든 이주하게 해주든 양당간에 시 입장을 분명히 해줬으면 좋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번 피해를 계기로 예산을 확보, 시가 확장공사를 하게 되면 이들 23가구는 이주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