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하(55·동면장)
최병하 동면장(55)이 이곳에 온 지는 3년6개월. 그동안 많은 일들을 벌여왔지만 그중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오늘 벌어지는 ‘제1회 면민 체육대회’다.
천안에서도 제일 외곽지역인 데다 산간지역인 이곳은 어느 곳보다 씨족사회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 곳. 이런 곳은 으레 마을이나 면 단위에서 행하는 전통 전통행사를 통해 ‘정’을 주고 받는데, 동면은 아직까지 면 단위 행사가 전무했다는 것이 이들에게도 늘 마음에 걸리는 일이었다.
“뭐니뭐니 해도 예산이 문제죠. 면민들이 하나같이 필요로 하고 즐거워하는 면 단위 행사를 누군들 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이제 3∼4년간 꾸준히 축적해둔 자금으로 첫 번째 행사를 치른다는 것이 여간 기쁘지 않습니다.”
최 면장은 3년전 이곳에 부임하자마자 면체육회와 함께 ‘자금 모으기’에 나섰다. 먼저 연간 1천6백만원의 시지원금을 최대한 알뜰하게 사용했으며 체육회 이사진도 대폭 확대했다. 그동안 30여명으로 운영되던 체육회에 이장과 부녀회장 등을 당연직으로 넣는 등 적극적인 확보에 나서 현재 70여명. 이들 이사들의 연회비가 1인 10만원이고 보면 3년전 3백만원에서 지금은 7백만원으로 자금도 함께 늘어난 것이다.
이런 노력으로 체육회 자금이 3천만원. 그동안 꿈속에서만 그리던 면 체육대회 예산이 마련됐다. “1회 예산은 1천만원 정도로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회성으로 끝나선 안됩니다. 현재 3천만원의 자금과 추후 들어오는 자금을 이용하면 몇 년은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러는 동안 후원금 등 자금마련의 방법들이 생길거라 믿습니다.”
최 면장은 면내 기업인협의회에 대한 자랑도 늘어놨다.
“관내 기업체들의 지역사랑은 대단합니다. 이들이 만든 협의회를 통해 갖가지 지역의 어려움을 보살피며, 정신적·물질적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면민체육대회에 함께 참여하며 전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건을 대겠다고 하더군요.”
인구 2천9백50여명의 동면. 한때 1만명에 육박했던 동면의 규모는 언제부턴가 초라해지고 있었다. 아이 울음소리를 듣기 어렵다는 말이 결코 과장된 게 아니다. 4개 초등학교가 있었던 동면은 현재 천동초등학교만 남아 1백명이 조금 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올해같은 경우 동면 전체에서 12명이 입학, 실끈같은 명맥만 유지되고 있는 처지다.
최 면장은 이같은 면 행정에 우선할 것은 지역민들의 화합이라 생각, 지난해에는 경로잔치를 처음으로 벌였고 결국 올해에는 제1회 면민 체육대회라는 대화합의 장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8년전쯤 농협에서 주최, 전주민을 대상으로 새농민대회가 있었으나 일회성으로 끝나고 말았죠. 그러나 이번 면민 체육대회는 살기좋은 농촌 만들기에 첫 시작이 될 겁니다.”
최 면장은 창밖으로 주룩주룩 내리는 장맛비를 바라보며 며칠 후인 대회날엔 쾌청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