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맨위로

아파트로 둔갑하는 전통마을, 거재

등록일 2002년07월2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전영기(65·청룡25통장)
52만평의 청수지구 택지개발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인접한 거재마을(청룡25통)에도 최근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전통마을의 맥을 잇고 있는 거재. 그러나 청수지구 개발과 맞물리며 이곳도 아파트 건립 바람이 불고 있다.

“두달 전쯤부터 아파트 건립을 본격 추진했죠. 마을 사람들의 80% 이상이 동조하고 있고 업체와는 이미 계약단계에 와 있어요.”

현재 다른 두명과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전영기(65)씨는 이 마을 통장으로, 지난 97년경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다가 IMF 한파로 그만 둔 적도 있다.

주거지로 돼 있는 마을 전체부지는 4만여평. 여기에 아파트를 건설하려는 업체는 (주)대우로 알려지고 있다. 사업추진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자, 마을 내 80여 가구는 앞으로의 생활근거지를 놓고 생각이 바쁘다.

목천이나 풍세에 집터를 마련해 놓고 있는가 하면, 일부는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예정이다.

17일(수) 마을 옆 논둑의 잡초를 뽑고 있는 전 통장을 만났다. 20여년전 경운기 사고로 한쪽 다리를 절뚝이는 그는 왜소한 몸집에 주변 물정은 무척 밝았다.

3대째 살아오고 있는 전 통장도 아파트 건립시 인근에 가지고 있는 6백평 부지에 새 삶의 보금자리를 꾸밀 예정이다.

마을사람들이 자신들의 터전을 버려가며 아파트 건립에 동조하는 것은 다분히 현실적인 평안 때문이다.

이곳 사람들은 이미 십수년전 대부분의 농지를 외지인들에게 팔고, 대신 임대해 농사를 지어오고 있다. 농사꾼이 농지를 판다는 것은 마음이 떠났음을 뜻하기도 한다.

“땅을 가지고 있어도 나오는 것 없이 먹고살기만 힘들어져 그래요. 자식들은 도시로 나가는데 그들 뒷바라지는 뭘로 합니까. 게다가 나이탓에 힘만 부쳐 땅이라도 팔았죠.”

오손도손 정을 쌓고 지내던 사람들이 전통마을을 버리고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는 건 가슴아픈 일. 하지만 현실의 주사위는 각자 경제적 생활의 안정을 선택했다.

마을의 거주형태는 양분돼 있다. 80여 가구가 군집을 이루고 있는 반면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가구도 비슷한 수치.

6·25전쟁, 1·4후퇴때도 오목한 지형 덕분에 아무 피해도 없었다는 것이 마을의 자랑이다. 조상 대대로 이어져 살아오는 원주민, 매년 산신제와 민속축제를 통해 마을의 전통과 우의를 다지던 거재마을이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려 하고 있다.

마을주민들에겐 일말의 아쉬움도 없지 않지만 아파트건립으로 인해 생활의 편익을 보장, 기대가 크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라이프 우리동네 향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