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민(61·범시민연대 상임부회장)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듯 이영민(61?안서동)씨는 얼마전 제2의 인생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처음의 인생이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어느 날 문득 인생을 되짚어보니 뭐 하나 뚜렷한 족적을 남겨놓지 못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 전이 살기 위해 몸부림쳤다면 이제는 보람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매달린 새로운 인생이 공공생활의 행복을 위해 ‘시민단체’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가 처음 평범한 삶에서 이탈한 세계는 정당생활. 천안 민주당을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다 97년 대선에서 현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됐다. 주위에선 사심을 앞세우는 이도 있었지만 이씨는 ‘지금이 시민단체를 만들어 사회운동을 벌릴 때’라는 생각으로 준비하던 중 98년 시의원에 도전, 잠깐 외도하기도 했다. 물론 이도 ‘남을 위한 일’로 뛰어든 일.
시의원에 낙마한 이씨는 마침 뜻을 같이 하는 허용기씨의 천안시민포럼 창립에 함께 했다. 그가 소망한 시민단체가 출현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지역사회의 왜곡된 시선을 느껴야만 했다.
“시민포럼을 순수한 시민단체로 보지 않고, 정치꾼들의 모임체 정도로 보는 게 가슴 아팠죠.”
어쩔 수 없이 시민포럼의 창립 멤버들이 떠나면서 시민포럼의 정치색은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기고 일단락됐다.
이후 조용히 생활하는 가운데 시청사 불당동이전 반대를 주장하는 범시민연대에 가담하게 됐다.
“시청사가 불당동으로 간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민주절차를 무시하는 시 행정의 독선은 울화가 치밀었죠.”
조용한 성품으로 앞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시의 부당함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시장이 바뀌고 민선3기가 도래했다. 성무용 신임시장도 “착공한 마당에 재검토는 적절치 않다”며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범시민연대의 시청사에 대한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기존 회원들도 모두 떠났다.
이씨는 범시민연대의 신임 이봉기 회장과 새 시민단체를 결성했다. 사무국장과 간사도 두었고 중앙시장 흥국생명 옆에 50평의 사무실도 구했다. 여기에 드는 경비는 이씨의 사재. 그에게 있어 재산은 보람된 삶을 추구하려는 하나의 수단일 뿐.
“아직 명칭은 범시민연대를 따고 있지만 의정활동 감시에 주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시행정을 비롯한 퇴폐향락, 청소년 등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세부사업을 펼칠 예정입니다.”
이씨의 포부는 크지만 범시민연대가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하려면 아직 준비할 게 많다. 입회비 내는 회원은 전무한 형편에 회원은 몇 안되는 실정. 그나마 이씨가 믿고 있는 것은 새로 사무국장을 맡은 강승희(30)씨가 ‘젊은 피’를 수혈해주길 바라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신선한 사고를 갖고 시민단체를 이끌어야 합니다.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은 배제하고 아무 사심없이 지역사회의 발전을 주도할 일꾼들이 범시민연대에서 활동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영민(범시민연대 상임부회장)씨의 아름다운 도전이 지역사회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