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공무원들에게 지급한 가위가 어떤 효력을 발휘할까 내심 궁금하다.
전체공무원에게 가위를 지급한 것은 천안시만의 특별난 행동이다. 가위는 천을 자르고 옷을 만드는 등의 일상적인 쓰임새를 벗어나 있다. 정확히는 ‘전지가위’라고 볼 수 있는 가위는 거리의 불법현수막의 끈을 쉽게 자를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지난 3월 말 특별지시로 천안시 전 공무원(의회직원 제외)들은 한 개씩 가위를 지급받았다. 각 구청당 불법현수막 수거·단속요원이 두세명에 그치는 열악한 인력으로는 매일 되풀이되는 불법현수막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어떤 정책이든 효과가 있어야 그에 따른 변화가 생기는 것. 특히 불법주·정차량이라든가 불법쓰레기투기, 불법노점상, 불법광고물 등은 시행정의 반복되는 일상업무로 그 폐해가 심각하다.
전 공무원이 함께 불법현수막을 퇴출시키자는 작심하에 천안시가 ‘가위지급’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이기든가 지는 싸움을 해보자는 의지가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1500만원이나 주고 구입한 가위를 쉽게 무용지물로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시는 14일부터 과별로 수거계획을 세웠다. 일부 불만도 있겠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 잠깐 시간을 내 수거하는 일이기에 큰 문제는 없을 거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본청 주무부서가 된 도시개발과가 지난 18일 시범적으로 출근길 1시간 동안 거리에서 수거한 불법현수막이 120개에 이른다. 그같은 결과를 놓고 어느 지자체도 못해낸 불법현수막과의 싸움에 ‘유리한 고지’를 밟게 됐다는 기대를 낳았다. 원래 14일 첫 수거를 맡게 된 총무과가 앞선 19일(토) 수거작업을 벌여 이들 또한 120여 개의 불법현수막을 떼어냈다고 알렸다.
기존의 구청업무 외에 추가로 과별 노력에 의해 100여 개씩 거리의 불법현수막을 떼어낸다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간 양 구청이 매일 떼어낸 불법현수막 개수가 200개에서 250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350개 이상의 불법현수막이 수거될 전망이다.
천안시의 유별난(?) 행위에 타 지역도 관심의 눈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현수막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행정현안중의 하나로 해결책에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속에서 천안시의 1800개 가위가 어떤 식으로 효자노릇을 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