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은 일복 많은 곳
` 감시단 활동 두드러져… 박상돈씨건은 이례적
6·13선거가 모두 끝났다. ‘메뚜기도 한 철’이란 말처럼 선거가 끝나자 시끌벅적하던 세상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조용하다.
천안도 지난 17일동안은 철저히 선거소음 속에 살았다. 4년에 한번 열리는 지방선거는 정치인들이 단 17일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는 선거법 때문에 어딜 가나 선거운동원들에게 시달리는 유권자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바쁜 것으로 따지면 이같은 대규모 행사를 주관한 천안시선거관리위원회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천안시의 규모는 여느 지역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유권자와 출마자들이 뛴 지역이다. 그동안 밤낮없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던 선관위 직원들은 정리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이제는 얼굴에 한 줄의 여유가 배어 있다.
선관위 중에도 가장 노심초사하며 선거를 치른사람은 박종완(45·평택) 사무국장이다. 아산이나 청양, 예산 등 인근 지역보다 적게는 두배에서 많게는 열배 이상의 규모를 자랑하는 천안시로 볼 때 한정된 인력에서 몇 곱절의 고생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
박 사무국장은 이번 선거에 대해 먼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동안 울산과 평택에서 사무를 봐왔던 박 사무국장은 “천안만큼 일이 많은 데도 없을 것”이라며 그동안의 고생을 한마디로 전했다. 특히 재산 등록서류에서 잘못돼 시장후보 자격을 상실한 박상돈씨 일로 호되게 이중고를 치른 뒤라 더더욱 감회가 큰 모양이었다.
“선거는 상대가 있는 특성 때문에 다른 위반보다 더욱 엄격히 구분된다. 박상돈씨도 결국 본인의 실수로 선거무효가 된 것이고, 이에 대해 선거무효 결정은 공평한 처사”라고 말했다.
선거인력이 부족해 사무국장까지 직접 나서 선거준비에 임했던 열전의 17일, 그 한가운데에서 진두지휘했던 박종완 사무국장을 만나봤다.
▲선거를 치른 소감은.
-박상돈씨건 외에는 무리없이 치렀다. 부정선거감시단의 두드러진 역할은 커다란 수확이다. 3월부터 일부 감시요원들을 교육시켜 선거에 대한 역량을 키우기도 했으며, 이들의 열의있는 노력으로 불법행태가 많은 부분 바로잡혔다. 이번에 처음 도입한 전자개표기도 오작동 없이 소화해주었다.
▲불법행태의 적발건수가 예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선거위반 행태는 예년보다 나아지지도 않았지만, 크게 못하지도 않았다. 수치상 적발건수가 많은 것은 단속요원의 적극적인 활동과 포상금 제도를 운영한 데에 있다고 본다. 현재 두명이 불법선거를 신고해 포상금을 받았으며, 수사의뢰건이 기소되면 포상금자가 더 늘 전망이다. 유권자의 선거의식 수준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유권자의 선거의식 수준은.
-선거에 있어 제일 큰 위법행태는 금품과 음식물 제공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돈 많이 쓰는 사람이 당선되는 사례를 보게 된다. 유권자는 금품과 음식물을 과감히 거부, 이같은 악질 불법행태가 발붙일 수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유권자나 출마자 공히 정책대결, 인물대결의 장으로 선거문화를 열어가야 한다.
▲선거운동기간이 너무 짧은 것은 아닌가.
-선거기간이 길면 선거비용도 많아진다.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도 식당아줌마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선거의식의 선진화를 전제로 선거운동은 ‘1년 365일’ 상시운동으로 바뀌는 게 좋다.
그러나 우리 여건을 감안한다면 평상시에 지역일꾼으로서의 활동을 통해 평가를 받아놓는다면 선거기간에 바쁘게 뛰어다니지 않아도 될 일 아닌가. 또한 토론문화도 이번 선거를 계기로 활성화되길 바란다.
▲선거 후에 남은 과제는.
-불법선거에 대해서는 강력 대처를 통해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선거문화 창조에 일조하겠다. 덧붙인다면 당선자나 낙선자 모두 선거기간에 있었던 갈등이나 앙금이 있다면 훌훌 털어버리고 지역발전을 위한 일이니만큼 다같이 협력해 나갔으면 좋겠다. 선관위 직원들의 밤낮없는 수고로 무사히 선거를 치르게 될 수 있어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