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가 시설 전전, 사회복지사와 한 법무사 도움받아 취적 해결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시인 김춘수의 「꽃」 중에서’ 자신의 존재 사실을 인식하는 것보다 더 행복한 것이 있을까. 존재의 의미, 이것은 모든 사고의 중심이 되는 것이며, 행복도 존재를 인식함으로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한영미씨(가명·26·정신지체자·구룡동)는 26년만에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호적을 받게 됐다. 혼인하지 않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한씨가 호적을 취득한 것은 지난 20일(목). 이로써 26년만에 법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됐으며,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도 부여받았다. 그동안 비인가시설을 전전해 왔던 한씨는 김영옥 사회복지사(청룡동)와 한 법무사의 도움을 받아 한달여만에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있게 됐다. 한씨는 건강 악화로 치료를 받아야 할 상태였으나 주민등록이 없어 의료보호 혜택이나 국민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지 못했다. 인가시설에는 들어갈 엄두도 못내는 한씨에게 따뜻하게 받아주는 데는 몇몇 비인가 시설. 그러나 그녀의 취적을 해결해 주기까지는 선뜻 나서지 못했다. 법무사를 통하려면 금전적인 부담을 안아야 했으며, 여러 가지 번거로운 절차에 지레 겁먹어 ‘다음’으로 미루며 체념. 시에서도 담당자는 업무 구분을 지으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제 5월16일자로 법원 취적 판결을 허가받은 한씨는 더 이상 의료보호와 국민기초생활보장 혜택의 열외자가 아니다. 주변인이 아니라 다른 이들과 함께 사회 중심에 서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시설 원장도 그동안 마음 한편에 숙제로 남아있던 한씨의 취적문제가 해결되자 묵었던 체증이 내려가듯 좋아했다. 이번 일에 도움을 주었던 여 법무사는 절차는 그리 까다롭지 않았다며 “도움이 된다면 관심있는 사회복지사에게 절차를 소상히 알려주어 직접 무취적자와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또한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법무사들이 적극 도움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