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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축소 파문, 이제 이 대통령이 말할 차례다”

‘고치기 선수’에게 세종시도 고치게 할 작정인가?

등록일 2009년09월28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정운찬 총리 후보자가 연일 ‘고치기’ 행보를 했다. ‘고치기 선수’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다.

총리 내정 전 한반도 대운하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다 청문회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찬성한다”는 견해를 보인 것은 차치하자.

전날 청문회에서는 장남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듯 답변하다 하루만에 “아들은 미국 국적자”라고 답변을 고쳤다. Y모자 회장에게 받은 돈을 ‘소액’이라고 표현했다가 계속된 추궁에 1000만 원임을 밝혀 결국 ‘소액’이라는 표현자체가 잘못됐다고 수정해야 했다.

종합소득세 탈루의혹과 관련해서도 뒤늦게 세금이 누락된 것을 발견하고 고쳐 신고했단다. 이명박 정부의 친 서민정책으로 ‘감세 혜택이 어려운 사람에게 가고 있다’고 답했다가 8800만 원 이상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만 돌아갔다고 지적하자 “고치도록 하겠다”고 수정했다.

정 후보의 ‘고치기’가 지나치다 싶지만 압권은 ‘세종시 고치기’다. 그는 22일 둘째 날 인사 청문회에서 세종시 수정 발언과 관련해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는 중차대한 말”이라고 지적했음에도 “양심에 따라 바른 말을 했다”며 행정도시에 대한 전날의 입장을 고수했다.

정 후보가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양심에 따라 한 바른 말이라는 것이 “행정부처가 두 군데로 떨어져 있으면 여러 모임을 할 때 많은 인력이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행정부처 분산을 통해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세종시의 취지를 송두리째 부정한 셈이다. 이런 경제적인 생각을 가진 분이 온 가족이 한 집에서 살 생각을 하지 않고 미국으로, 한국으로 국적까지 바꿔가며 흩어져 살 생각을 했는지 모를 일이다.

정 후보는 “세종시 수정발언과 관련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발언만큼은 ‘양심에 따라 한 바른 말’로 믿기 어렵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정 후보는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과 만나 세종시 건설, 4대 강 정비 등 MB의 정부 정책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정 후보의 발언과는 달리 청와대가 세종시와 4대 강 문제에 대한 사전 면접 문항과 모범답안을 제시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적어도 정 후보자가 청와대의 의중을 간파하고 알아서 총대를 멨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 경우 또한 사전교감에 해당한다.

여기에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의 국무총리 입각 교섭 과정에서 청와대가 세종시의 원안 추진 조건을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 보좌역에 불과한 총리직 후보인 정 후보자의 세종시 발언에 모든 여론이 주목하는 까닭도 정부와 청와대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쯤되면 이제 이명박 대통령이 나설 때가 됐다. 그가 대통령 후보자 시절과 대통령 당선 후 행정도시와 관련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한 약속은 열 손가락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그는 대전과 충남·북을 오가며 “이명박이 당선되면 행복도시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해 3월에는 충남도청을 방문해 “내가 행정도시건설청정과 본부장을 바꾸지 않은 것은 행정도시의 지속적 추진을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 것도 수차례다. 
그런데 여야가 오랫동안 숙의해 국회에서 만든 법안을,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을 총리 내정자가 마구 뒤집었다. 총리 후보자가 개인적 소신을 밝히는 일이야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소신을 가진 총리를 내정한 이명박 대통령까지 침묵하는 것은 다르다. 청와대의 침묵은 행정도시 축소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미 정부가 세종시 대안으로 정부 부처 이전 규모를 줄이고 연구시설과 학교, 기업 등을 유치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여론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심산이라면 위험하다. 국론을 분열시켜 찬반 양 측이 이길 때까지 사생결단으로 싸움을 하라는 얘기로 들리기 때문이다.  

강 건너에서 그 만큼 보고 즐겼으면 됐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이 말할 차례다. 왜 자신을 보좌할 사람으로 세종시 취지를 부정하는 사람을 내세웠는지? 이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 정책 방안은 무엇인지? ‘고치기’ 명수인 정 후보자에게 행정도시 건설안도 고치도록 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충언련 심규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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