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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이후 고3학생들의 관리가 어려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아산고등학교에서 학교차원에서 관리계획을 수립해 눈길을 끌고 있다. 27일 아산고 특강장면. |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고등학교에서는 고민 아닌 고민을 겪어야만 한다. 바로 수능시험을 치룬 고3수험생들 때문.
최근 도교육청은 각 시ㆍ군별 교육청 관할 생활지도상임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대입 수능시험 및 고교 입시 전후 학생 일탈 행동 예방을 위한 합동 교외 생활지도를 강화하고 학교에서도 수업운영에 있어 단축수업 금지 및 출결사항 철저관리를 지시한 상황이다.
수능 후 갑자기 늘어난 시간과 풀어지는 긴장감 등 고등학생 아닌 고등학생이 돼버린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시라는 입시제도로 일찌감치 대입을 결정지은 학생들도 대거 등장하며 고3 후반기 학생들의 수업과 교과과정의 무난한 이수는 고3담당 교사들의 힘겨운 과제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속에서 올해 관내 아산고등학교(교장 이은규)에서 남은 교과과정을 매일 일정을 짜서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려는 시도를 보여 그 성과가 주목되고 있다.
학교차원의 수능 후 고3 지도, '너무 어려워'
용화고등학교의 한 고3담당 교사는 "사실 고3학생들을 대항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 대부분 수시에 합격한 상황이라 수업에 관심도 없고 떠들고 자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학교차원에서 수업시간에 한자공부 영어공부 등을 시키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라고 토로했다.
관내 대부분의 고등학교는 정해진 교과과정을 준수하되 특강 등 외부프로그램의 섭외가 들어오면 그때마나 학교장 재량으로 실시하고 있다. 대학차원에서 고3학생을 대상으로 학점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협조공문이 오기도 하지만 정작 가려는 학생이 없다.
아르바이트 등 심야시간에 활동하는 학생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일탈 등의 우려도 적지 않다. 학생들의 안정적인 생활지도가 학교에 요구되고 있지만 일일이 관리하기는 힘든 상황.
온양고등학교의 한 고3담당 교사는 "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 보다는 영어 등 대학적응을 위한 공부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말을 잘 안들어 어렵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은 학부모님에게 동의서를 받고 아르바이트 현장에 가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일일이 챙긴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알바하는 학생, 정시준비하는 학생 등
"3년동안 준비한 것이 하루만에 끝나니 허탈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해요"
정시를 준비하기 위해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 고3학생 임모군의 소감이다.
"학교에서는 주로 책을 읽거나 애들이랑 얘기하며 놀아요. 공부는 주로 집에서 하죠. 다른 애들은 수시에 붙어서 마음 편하게 노는 것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저도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까 그렇게 불만이 생기지는 않아요"라고 말하는 임군처럼 수능 이후 학교는 고3학생들에게 더 이상 학업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미 대입을 마친상황이기 때문.
대입을 확정하고 음식점에서 저녁 6시~새벽2시까지 일하는 김모군은 "시간은 남고 노는 것보다는 무언가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며 "새벽 2시에 끝나면 게임하거나 친구들과 놀다가 학교가고, 끝나면 집에서 자고 다시 출근하고.. 그렇게 보내고 있다"고 근황을 밝혔다.
김군은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뭐하냐는 질문에 자신처럼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과 만나거나 그 시간에 집에서 나오는 친구들도 많다면서 "딱히 할 것이 없어요. 게임방에 갈 때도 있고 술마시러 갈 때도 있어요. 잘 차려입고 가면 검사를 안할 때도 많거든요"라고 밝혔다.
이처럼 다양한 여건과 비행의 가능성이 큰 환경에 노출된 고3학생들이 학교에 나오고 있지만 각각의 입장을 배려할 수 있는 여건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다양한 프로그램, 예산이 관건…도교육청 차원 지원 필요
학교차원에서 마땅한 대책이 부족한 가운데 아산고등학교는 올해 최초로 대입 수능이후 고3 교육과정 운영지도 계획을 세워 특강 및 병무안내, 반별축구대회, 현장체험 등 특별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학생들의 생활지도의 또 다른 대안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선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아산시청소년지원센터 등 외부 기관에서 지원가능한 강사들의 특강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또 아산시장, 본교 학생이기도 한 김광만 전 도의원 등 지역사회 인사를 초청한 특강과 함께 아산경찰서에 근무하는 졸업생 등을 초청해 일탈행위를 방지하고자 하는 특강, 그리고 아산시공설운동장을 임대해 반별 축구대회를 개최한다.
특히 12월4일에는 홍성보훈지청의 지원으로 나라사랑 현장체험학습을 실시, 8개학급 전원 참석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의 반응도 생각 이상이었다. 지난 27일 실시된 특강을 듣고 난 한 학생은 "고1, 2학년때는 이런 특강에 관심이 없었지만 고3이 되니까 저 주의깊게 듣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강을 실시한 한국리더십센터 양정훈 연구원은 "특강이라는 형식은 자발적인 참여가 어렵기 때문에 호응이 다소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학교차원에서 한 번 듣고 자주 토출시켜서 습과화 시키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산고등학교 3학년 학년부장 최성화 교사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싶어도 학교차원에서 예산마련이 어렵다. 이번 계획에는 100만원 정도가 소요됐다. 그중 60만원이 강사료다. 또 학생들은 강의식 프로그램 보다는 재미있는 공연같은 프로그램을 선호하지만 단체관람을 할 장소가 지역내에서는 부족하고 외부에 나가게 되면 교통비부터가 부담이 된다"며 "이맘 때 즈음 되면 강사를 섭외하는 것도 힘들다. 지금도 섭외가 진행중인 강사가 있다. 이번 계획도 올 초부터 기획한 것이다. 그래도 어려움이 따른다"고 예산확보 등 고3관리 프로그램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어 "할 것이 없는 학생들에게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못하면 일탈·사고 가능성도 크고 생활지도도 어렵게 된다"며 "도교육청에서 이 시기를 대비해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주면 학교에서도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